11일 공개된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등재됐다.

[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해외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세 번이나 국내 환수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외국계 기업, 그것도 국내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게임 기업인 라이엇게임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개발·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는 11일 언론공개회를 열고 해외에 있던 우리 문화재를 국내에 환수한 성과를 공유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외국 소재 문화재 국내 환수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삼성동 라이엇게임즈 한국지사 오디토리엄에서 진행된 언론공개회에는 박준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와 조현재 한국국학진흥원장, 척암 김도화 선생 5대 종손인 김동호씨 등이 참석했다.

척암선생문집 인출본과 책판.<사진=라이엇게임즈>

◇항일의병장의 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귀향=이날 공개된 환수 문화재는 오스트리아에서 개인이 소장하던 중 독일 경매에 출품한 ‘척암선생문집 책판(拓菴先生文集 冊板)’이다. 조선 말기 영남지역 대학자이자 1895년 을미의병 당시 의병장으로 활동하며 독립을 위해 힘쓴 척암 김도화(金道和, 1825~1912) 선생이 남긴 것이다.

척암선생문집은 김도화 선생이 생전 남긴 글을 손자가 모아 편집, 간행하기 위해 1917년 책판을 제작해 만들었다. 본집 39권 19책, 속집 13권 6책으로 구성된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당시 1000여장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대부분 소실되고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장만 소장하고 있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월께 모니터링을 통해 척암선생문집을 발견했다. 재단은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한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기금을 활용해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책판이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 점이 인상 깊다.

환수한 책판은 본집 9권 23, 24면에 해당한다. 정확한 유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현장조사 결과 책판 보존 상태는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판은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관리하며 보존·연구하게 된다.

조현재 한국국학진흥원장.

조현재 원장은 “여러 관계기관과 더불어 라이엇게임즈가 문화재 환수에 50억여원의 재정적 지원을 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기존에 한국국학진흥원이 20개 책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21개가 됐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앞으로도 다른 책판 소재지를 계속 조사해 발굴할 계획”이라며 “궁중유물 중심으로 진행된 환수 작업도 민간 기록유산에 좀 더 비중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

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는 “이번 환수 성과로 라이엇게임즈가 지속해 온 우리 문화유산 보호 지원 활동이 새로운 결실을 맺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관련기관과 협력해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보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라이엇게임즈는 2011년 라이엇게임즈코리아를 설립하며 한국 문화유산 보호와 지지를 위한 사회환원 활동을 약속한 바 있다. 2012년에는 문화재청과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협약을 체결하고 한국형 챔피언 ‘아리’ 6개월 판매금액과 라이엇게임즈 기부금을 포함한 사회환원기금 5억원을 기부했다.

이후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꾸준한 사회환원기금 기부와 함께 유물 보존처리작업, 역사문화교실 등을 진행해 왔다. 지난 2014년 1월 ‘석가삼존도’ 환수에 성공하며 첫 해외소재 국내 문화재 환수 사례를 남겼다. 2018년에는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환수에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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