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 회장.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정몽규 HDC 회장의 도전정신은 업계에서도 손꼽힌다. 분야를 막론하고 뛰어드는 과감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 ‘팔색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대표적이다. 정몽규 회장은 건설 사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현대산업개발을 시공능력평가 최고 4위까지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오랜 기간 자동차 사업에 몸담았던 정 회장은 건설업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150개의 현장을 누비며 건설업계 최초로 ‘라인스톱제’와 ‘디자인경영’을 도입했다. 자동차 사업에서나 볼 수 있던 제도와 경영방식으로 건설업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경기 부침이 심한 건설업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현대EP, 현대아이파크몰, 영창뮤직 등 비건설부문을 성장시키기도 했다. 정 회장의 건설사 경영에 대한 주변의 우려는 불식됐고 현대산업개발은 순항했다.

하지만 그가 한눈을 팔자 현대산업개발은 곧바로 추락했다.

2013년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에 당선됐다. 공교롭게도 이 당시 현대산업개발은 10년 만에 적자전환 했다. 노력 끝에 다시 흑자로 돌려놨지만 김대철 사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준 이후로 실적은 다시 하향세로 돌아섰다.

작년 3분기에는 자체 주택매출 감소로 매출 9396억원, 영업이익 1176억원, 당기순이익 84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 16.6%, 23.9%가 떨어진 셈이다.

국내 도급순위도 추락했다. 2008년 5위에서 지난해 10위까지 떨어지면서 10대 건설사 중 꼴찌 신세가 됐다.

정 회장의 철학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아이파크에도 지속해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부실시공, 사기 분양 등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두워서일까. 상황이 이런데도 정 회장은 내실을 다지기는커녕 외부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지난 6일 정 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AFC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참패했다. 동시에 AFC 집행위원 선거에서도 사퇴했다. 어쩌면 현대산업개발에는 기회일 수 있다. 정 회장이 한눈을 팔 곳이 사라진 셈이니 말이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정 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하인리히 법칙’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931년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노동현장에서의 재해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나 재난 또는 사회적·경제적·개인적 위기나 실패에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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