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 회장이 故 정세영 명예회장 타계 13주기를 맞이해 포니정재단에 사재 10억원을 출연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가풍을 잇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사진=HDC 뉴스룸>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현대가(家) 혈통을 잇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그 품격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실적은 계속 곤두박질치는 한편 주 고객인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불만을 사며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갉아먹는다. 현대를 일으킨 창업주가 꿈꾼 ‘현대’에서 점차 이탈하고 있는 모습이다. 본지는 현대산업개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짚어봤다.

- 편집자 주

정몽규호 현대산업개발 늪에 빠진 실적…허물어지는 정주영‧정세영의 꿈

지난달 20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18주기를 맞아 범(汎)현대가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 창업주가 현대그룹을 일으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형제는 단연 고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었다. 그는 정 창업주의 넷째 동생이다.

정 전 회장은 현대자동차 초대 회장직을 역임했다. 1974년 한국 최초 승용차 포니를 개발, 세계 시장에 수출하며 ‘포니 정’이란 별명을 얻기도 한 그는 현대자동차를 세계적 자동차 회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현대 총수일가로서 실력과 명예를 유감없이 떨친 그는 한결같이 경영원칙으로 ‘정도경영’을 내세웠다. 맏형 정 창업주의 경영원칙인 개척‧도전정신과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이후 정 창업주가 장자 정몽구에게 현대자동차를 물려주면서 자연스레 그는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직을 맡게 됐다. 정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산업개발의 1대 회장직을 맡은 자가 바로 그의 맏아들 정몽규 HDC 회장이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며 별도의 건설사로 설립된 현대산업개발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5월 현대산업개발을 지주회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해 HDC그룹을 출범시켰지만 HDC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주사로서 관여하고 있다. 현재 HDC는 현대산업개발 지분 7.03%를 보유하고 있고 향후 완전한 자회사로 포함시킬 계획이다.

그런데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현대산업개발은 아버지와 큰 아버지가 그리고 꿈꾼 현대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정 창업주와 정 전 회장이 이끈 현대가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렸다면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산업개발은 내리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산업개발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흑자를 유지해왔으나 2013년에는 장기 미착공 사업지 분야에 따른 공사손실 등으로 적자 가도를 달렸다.

실적 하향세는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작년 3분기에는 자체 주택매출 감소로 매출 9396억원, 영업이익 1176억원, 당기순이익 84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 16.6%, 23.9% 떨어진 성적표다.

2008년 5위를 기록했던 국내 도급순위도 지난해 10위까지 추락했다. 롯데건설, SK건설에까지 밀리면서 10대 건설사 중 꼴찌를 기록했다.

정몽규 회장이 지난해 5월 김대철 사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준 시점이 현대산업개발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시점과 맞물린 점을 고려하면 정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김 사장에게 물려준 것은 ‘책임회피성’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아이파크에서 ‘하자파크’로…알고도 개선 않는 사측 태도에 입주민들 ‘분통’

부진한 실적 속 ‘고객 마인드’를 놓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대철 사장은 지난해 취임한 이래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해왔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도 “건설사업은 고객의 핵심 가치에 집중한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만큼 현대산업개발을 고객 중심 마인드로 경영하겠다는 포부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전국의 신축 아이파크 현장에서 부실시공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김 사장의 발언이 말 뿐인 빈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18일 입주한 경기 수원시 ‘영통 아이파크캐슬 1차’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입주 예정자들이 착공 전부터 아파트에 침수 피해를 예상하고 시공자 측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잘못된 시공을 인식하고도 이를 방치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이곳 입주민 제보에 따르면 영통 아이파크 캐슬 1차의 건설 예정 부지는 수시로 침수되는 인근 박지성로보다 단차가 낮았다. 이 점을 인식한 입주자들이 부지 높이를 올려서 시공해주기로 사측과 합의했지만 준공이 임박한 시점 현장을 확인한 결과 약속한 내용과 2m 이상 오차가 난 것이다.

영통 아이파크 캐슬 1차의 입주자 K씨는 “박지성로는 여름철마다 침수되는데 단차가 조정되지 않아 단지가 침수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잘못된 시공을 인식하고도 입주민의 요구에 눈과 귀를 닫은 현대산업개발에 울화통이 치민다”고 토로했다. 

수원 영통 아이파크 캐슬 1차 공사 현장과 박지성로. 건설 예정 부지는 수시로 침수되는 인근 박지성로보다 단차가 낮다는 입주민들의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산 측은 제대로 된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 <사진=영통 거주 제보자>

이곳 입주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축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전용‧공용면적에 하자가 무더기로 나오고 기존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부분도 발견되면서 입주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영통 아이파크캐슬의 입주자 Y씨는 “벽면에 금이 가거나 페인트 마감이 불량한 것은 물론 새시와 수납장, 대리석이 파손되는 등 세대마다 하자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 같이 위험천만한 아파트에 절대 입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식 사고와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제연팬과 급기팬이 입주민과 합의한 장소가 아닌 단지 1층 창문에 설치돼 보안이 위태롭다”며 “심지어 일부 가구는 바닥이 기울어지거나 라돈이 검출된 사례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아이파크 부실시공 사례는 비단 영통 아이파크캐슬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김포 사우아이파크’에서 누수와 결로가 발생했다며 성토하는 글이 십여 개 올라왔다.

이곳 입주자 제보에 따르면 그해 4월 입주한 김포 사우아이파크 아파트 공동시설 곳곳에서 물이 샜다. 잠깐 내린 비에도 물이 뚝뚝 떨어져 각동 엘리베이터와 지하주차장 바닥 곳곳에 흥건히 고이고 벽이 울기까지 했다.

김포 사우아이파크 입주자 L씨는 “새 아파트에서 물이 샌 것보다 더 믿기지 않았던 것은 도급순위 최상위권을 다투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했다는 사실”이라며 “아이파크 브랜드를 신뢰했기에 고액의 분양가를 지불하고 입주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고 말했다.

심지어 입주자가 입주하기 하루 전날 하자를 발견된 사례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는 지난해 6월 15일 입주가 예정됐다. 그런데 입주를 하루 앞둔 14일, 이사 준비를 위해 새 아파트를 방문한 입주자들이 안방, 침실, 거실, 주방 등 바닥 전면에서 물 샌 것을 발견했다.

이 사태로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 입주자 전체 1300가구 중 절반이 넘는 660가구가 청원 게시판에 부실시공을 청원하며 한바탕 이슈가 된바 있다.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 입주자 P씨는 “통상 입주 전에는 시공자가 마감이나 하자 등에 신경을 쓰는데 입주 전 하자가 발견됐다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며 “현대산업개발이 이미 분양을 끝낸 뒤 입주자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아이파크는 그동안 삼성 래미안, 현대 힐스테이트, 대우 프루지오, 대림 이편한세상, 롯데 롯데캐슬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분양가에 '이름값' 붙는 1군 브랜드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하자가 속출하면서 더이상 브랜드 파워를 내세운 수주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말바꾸기 일삼는 현대산업개발…사업조건 허위 홍보에 사기분양 피해 사례 속출

그런가하면 당초 입주자에게 지킬 수 없는 조건을 약속하고 향후 말을 바꾸는 이른바 ‘사기분양’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4일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상아현대 재건축 조합원 일부는 최근 이곳 시공자 현대산업개발과 조합을 상대로 이주 지연과 이자비 지급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제보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재건축 수주 당시 입찰 제안서에 ‘398억원 범위 안에서 조합원 중도금, 이주비 등을 무이자로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주 시기가 다가오자 현대산업개발은 당초 약속과 달리 조합원 부담금에 연 5.5% 이자를 매겼다.

조합원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입찰 제안서에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이주비 무이자 지원’이라고 적어놓은 것은 ‘꼼수’라고 지적했다.

한 조합원은 “일반적으로 이주비 무이자라고 하면 시공자가 이주비에 대한 이자를 부담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알고 보니 이주비 이자를 시공자가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것일 뿐 결국 분양 계약자가 내는 사업비에 금융 이자가 다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무이자 이주비는 무이자라는 가면을 쓴 고금리 유이자 개인 대출이었다”며 “현대산업개발이 애매모호한 표기로 순진한 조합원들을 속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상아현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여기서 말하는 무이자는 이주비 은행 대출로 매달 발생하는 이자에 대해 시공자가 무이자로 차입해주겠다는 뜻”이라며 ”공짜 점심은 없다. 시공자가 땅 파서 장사하는 것 아니다. 이주비 이자 부담은 조합원이 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아이파크’에서도 사기분양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곳 입주 예정자들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홍보 당시 ‘운정신도시아이파크’가 녹색건축 인증에서 ‘최우수 등급(1등급)’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색건축 인증은 건축물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가늠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최초 홍보와 달리 운정신도시아이파크는 최하등급인 4등급을 받으면서 이곳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알고 보니 시공자가 녹색건축 인증 결과 나오지도 않았는데 입주자에게 ‘최우수’라고 홍보한 것이었다.

운정신도시아이파크 입주자 J씨는 “운정신도시아이파크의 분양은 1월에 진행됐고, 인증 결과는 2월에 발표됐다”며 “입주민들은 시공자 측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니 단순표기 오류였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이파크는 현대아파트의 명맥을 잇는 현대그룹의 전통 아파트 브랜드인데 최근 부실시공과 허위광고 등으로 스스로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정몽규의 현대산업개발은 정주영 창업주와 정세영 전 회장의 숭고한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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