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청와대가 지난달 31일 5G 상용화 시대를 이끌 스페셜리스트로 기대를 모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철회했다. 조 후보자는 장관 내정 20여일만에 낙마했다. 내정 직후부터 야당 의원들을 통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으나 가장 최근에 제기된 부실학회 참가 사실이 낙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구비리 근절을 위해 부실학회 참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부실학회 참가를 집중 단속해야 하는 최상위 부서인 과기정통부의 수장이 부실학회 참가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이었다.

부실학회에 참가하다가 적발되면 5년 동안 모든 연구과제에 참가를 막고 연구비를 회수하는 등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다.

이밖에 27일 청문회 이전부터 야당을 통해 아들 특혜 채용과 호화 해외 출장, 장인 부동산 투기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부실학회 참석을 포함 이 같은 사안에 대해 대부분 사실을 시인했다.

즉,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눈이 멀어 제대로 된 인사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데 미흡했다”며 인사 검증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다만 윤 수석은 조 후보자의 부실학회 참석을 제외한 대부분 사안은 인사 검증 당시 확인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동료 교수들은 그가 과기정통부 장관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아이디어가 많으며 정보통신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전문가”라고 조 후보자를 소개했다.

정리하자면 조 후보자는 ‘도덕적으로 미흡하나 업무능력은 탁월한 사람’이라는 의미에 이르게 된다. 당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 후보자가 하려고 했을 변명을 대신하자면 “일에 집중하느라 가정과 주변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라고 말해야겠다.

일주일 중 주말에만 집에 들어가고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연구실에서 보낸 조 후보자의 일상은 대부분 연구자들의 현실이다. 일에 열중하느라 가정을 미처 살피지 못하고 자신이 참가하는 학회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변명을 나름 늘어놔봤지만 어쨌든 그는 과기정통부 장관에 낙마했고 부실학회 참가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에 맡았던 KAIST 6G연구센터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그는 부실학회 참가에 대한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

조 후보자의 낙마는 비단 한 사람만 징계하고 끝내선 안 될 일이다. 우리나라 연구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난 일이며 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다. 연구비 횡령 등 비리 감시를 강화함과 동시에 연구자가 가정을 챙기면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20조원 시대를 맞아 연구자 중심의 기초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많은 인재를 확보하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져 있다.

유능한 연구자를 배출하는 일은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도덕적인 연구자를 배출하는 일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들 중 누군가는 장관 후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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