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흰 모자)이 지난 1월 3일 새해 첫 외부 일정으로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합병이 경쟁국의 승인을 얻어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 7조가 기업결합심사의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기업결합 심사를 받게 될 예상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23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최근 열린 국회 정무회의에서 유럽 경쟁당국 수장들과 만나 양사간 인수합병 심사를 사전 협의했다고 부인하며 말 바꾸기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독일 국제경쟁력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독점 우려로 합병이 무산된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 사례와 대우조선 케이스는 성격이 굉장히 다르다”고 말해, 국내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독점이 아니라는 결론부터 내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시 “독점 우려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경쟁국들에게 반대 명분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이번 결합은 공정위에 신고가 아직 접수되지 않아 본 계약 내용도 모르는 만큼 유럽 경쟁당국 사람들과 협의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기업 결합의 가장 큰 특징은 겉으로는 민영화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폐합하는 성격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또 이런 상황에서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카르텔청장이 “공적자금 투입과 M&A를 통해 기업이 침체 상황에서 회생을 꾀하는 것은 독점금지법에 맞지 않는다”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지면서, 양사의 합병을 둘러싼 국제전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안드레아스 문트 카르텔청장의 발언은 대우조선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이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는 주장이어서 정부가 국제법의 벽을 뚫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먼저 국제무역기구(WTO)는 지난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융(제작금융, RG)과 기업부문 구조조정 조치를 원칙적으로 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고 확정한 바 있다. 다른 회원국에 부정적 효과(adverse effects)를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보조금이라면 제작금융, RG 프로그램, 채권단의 조선소 워크아웃 등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우조선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과 이를 통한 기업결합이 독점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정부의 논리도 WTO 권고에 바탕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대우조선에 지난 2015년부터 투입된 공적자금이 7조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WTO는 국가성(statehood)이 인정되지 않는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에 지나지 않아, 여기서 나온 ‘권고적 의견’이 각국의 법률이 규정하는 반대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각국의 경쟁당국은 각각의 선종별로 시장지배력을 조사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두리뭉실하게 21%라고 말했다”며 “한국 조선3사가 수주를 싹슬이하고 있는 LNG추진선 독점 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경쟁국 단 한곳이라도 반대를 하면 인수는 물건너 가는 것”이라며 “주도면밀한 계획 없이는 큰 낭패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을 시작한다. 회계를 비롯한 재무상태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한 달간 실사가 마무리되면 4~10월 경쟁당국의 승인 작업을 거치고, 11월 이후 통합 법인에 대한 유상증자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분쟁 가능성뿐만 아니라 실사과정에서 영업기밀 노출 위험이 있어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라며 “정부주도의 성급한 M&A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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