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가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신입생 전원 대상의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D)을 실시한다. 사진은 국외 거점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지구적 실천모델 구축을 위해 매년 캄보디아 크나쯔응마을에 파견되는 봉사단 활동 모습. <사진=경희대학교>

[이뉴스투데이 김용호 기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가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이번 학기부터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D)을 실시한다.

최수향 유네스코 본부 평화·지속가능발전 교육국 국장은 “세계시민교육이 모든 신입생에게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사례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다”며 “경희대학교의 세계시민교육이 선구적인 시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글로벌 교양교육’을 위해 재도약에 나선 후마니타스칼리지는 그간 운영한 ‘시민교육’ 교과를 확대해 2019년 신학기부터 세계시민교육 교과 ‘세계와 시민’(교양 필수)을 개설했다.

이영준 서울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은 “세계시민의 시대를 열어갈 주역을 길러내는 것에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면서 “유네스코에서도 경희대의 세계시민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교육과정 개발에 긴밀히 협조해주기로 했다”고 말했으며, 그 일환으로 정우탁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원장이 이번 학기부터 직접 강의한다.

‘세계와 시민’ 과목에는 문제만 있고 정답이 없다. 학생들은 기후변화, 생태환경 문제, 빈곤, 불평등, 민주주의 위기 등 시대적 난제가 자신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배운다.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과제를 설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전적으로 학생들의 몫이다.

<사진=경희대학교>

이는 『세계와 시민』(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발행) 교재 서문에서도 “본 교재는 어디까지나 ‘참고서’에 불과하다. 이미 정해진 문제와 답을 담은 ‘교과서’가 아니다. 문제를 발굴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재료일 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교재에 실린 글들은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해 직관력을 발휘하고, 미래문명의 조성에 필요한 새로운 개념을 설계하기 위한 ‘영감의 지렛대’일 따름이다”라며 이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김윤철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학생들에게 “교재에 실려 있는 글에 결코 갇혀서는 안 된다. 머물러서도 안 된다. 항상 그 글들에서 뛰쳐나갈 준비를, 떠날 채비를 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실제로 뛰쳐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준 학장은 “교수와 학생이 함께 시대적 난제 해결을 고민하는 교육현장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더.

세계시민교육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세부목표이자 SDGs의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이기도 하다. 유엔과 유네스코는 지속가능발전목표 제안을 준비하면서 교육이 개인의 성취, 국가 발전에 대한 기여를 넘어 인류 평화에 공헌해야 한다고 재정의했다. 경희대학교가 세계시민교육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학 초기부터 대학의 사회적·지구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온 경희대는 지난 2009년 개교 60주년을 계기로 대학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의하고, 지구적 난제 해결을 위해 대학의 실천 역량을 키워왔다. 바이오헬스·미래과학 등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관산학 협력사업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며, 지난해부터 교육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생태·환경 위기, 에너지·자원 고갈, 식량 부족, 난치병 문제 등의 해결에 나서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전환 21’을 개설한 데 이어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을 설립했다. 올해는 ‘세계와 시민’ 과목을 신설함으로써 경희대에 입학하는 신입생 전원은 시대적 난제 해결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세계시민교육은 후마니타스칼리지 재도약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2011년 출범 이후 교양교육을 쇄신해온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인간과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생태 문제와 인공지능(AI)이 견인하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교육에서 학습으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재도약의 핵심은, 교수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기존의 일방향적이고 권위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교수와 학생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대학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있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과밀 강의실’을 개선했다. 필수교과의 강좌당 학생 수를 25명으로 줄여 발표와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영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 <사진=경희대학교>

이영준 학장은 “후마니타스칼리지 재도약으로 미래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교수로부터 지식을 전달받는 시대는 지났다. 교수와 학생이 함께 달라져야 한다. 교수는 이제 전문가에서 코치로, 학생은 수용자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교수와 학생이 기존의 역할을 고집한다면 대학은 더 이상 존재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재도약으로 전공교육과의 연계성이 한층 강화된다. 글쓰기 ‘주제연구’가 대표적으로, 글쓰기 교과는 1학년을 위한 기초 과정 ‘성찰과 표현’,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심화 과정 ‘주제연구’로 개편된다. 성찰과 표현은 자아성찰에 초점을 맞췄고 주제연구는 전공과 연관된 글쓰기를 통해 학부생들도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전공교육과의 연계성 강화와 함께 학습 효과를 높이는 수업 방식도 도입한다. 수업은 강의실에서, 과제는 집에서 하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뒤집어 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하고 강의실에서 토론을 하거나 문제를 풀어내는 역진행 수업(Flipped Learning)을 문명전개의 지구적 문맥3 ‘빅뱅에서 문명까지’(교양 필수)에 도입한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지난 2016년 출범 5년을 기점으로 재도약 발판을 다져왔다. ‘빅뱅에서 문명까지’를 개설해 인간과 세계의 이해를 목표로 하는 기존 과목에 ‘우주·문명 읽기’를 더했고, 자유이수교과에 ‘독립연구’를 신설했다. 독립연구는 기존 학제와 학문이 커버하지 못하는 창의적 연구·실천 영역을 학생 스스로 개척하는 교과목이다. 

지난해에는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 겸 미원석좌교수로 초빙해 학생들로 하여금 ‘지구적 문제의식’을 갖도록 했다. 보코바 교수는 지난 1년간 경희대에서 열린 특강, 콜로키엄, 간담회, 학술회의를 통해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 빈곤, 불평등 등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우리는 국경을 넘어서는 공통의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며 “인권존중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동시에, 변화에 적응하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으로 서로 연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올해 신설된 ‘세계와 시민’은 이러한 철학에 부합하는 교과목이라는 것이 경희대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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