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안남성 총장 취임식 장면.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가 정규직에게 억대 연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탈원전’을 외치는 정부가 산하 원자력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출처=해당 학교 홈페이지>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국내외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된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의 직원이 억대연봉을 받을뿐더러 급여 인상률이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탈원전’을 외치는 정부가 산하 원자력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방치했다는 지적과 함께 전력공기업에 재정을 수혈 받는 구조 상 국민 전기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0일 본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ALIO)를 분석한 결과 2018년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가 예산으로 책정한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335만원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중 최고 액수다.

뒤를 이어 한국무역보험공사 9199만원, 한국전력거래소 9143만원, 한국세라믹기술원 9140만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8880만원을 기록했다.

연봉 인상률도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르다. 연도별 결산 기준 1인당 평균 연봉은 2014년 7925만원, 2015년 8428만원, 2016년 9314만원, 2017년 9425만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1억대를 넘겼다.

하지만 이 학교의 이같은 운영 현황은 국내 에너지 정책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서 ‘탈원전’을 선언하며 ‘신규 원전 건설, 추후 원전 계획 수립 백지화’를 예고했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원자력 분야 집중 개발이 필요한 영역과 그에 따라 몰두해야 하는 기술과 인력에 투자를 줄이는 ‘탈(脫)지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는 기술‧인력 ‘탈지원’ 1순위 대상이다. 해외 원전수출과 국내 원전 정책 수행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국내 수요가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관계자는 “현재 연구개발 분야와 발전소 관리운영(O&M) 니즈는 감소하고 해체 산업만 남은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인력과 연구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실정과 달리 이 학교는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라는 간판을 그대로 달고 원자력과 전혀 관련 없는 학과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교수와 학생수를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앞서 밝혔듯이 이 기간 동안 직원 연봉은 꾸준히 올랐다는 점이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 학교는 2012년 3월 개교 이래 원자력산업학과 단일 학과에서 한 학년에 80명씩 정원 160명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입학생 80명 중 30명을 신설된 에너지정책학과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즉 50:30 비율로 분리배치 됐지만 기존 정원은 80명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인력 감축이 아닌 ‘인력 바꿔치기’ 방식은 정규직인 교수진에게도 적용된다.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관계자는 “원자력산업학과 교수진들이 정년퇴임하면 교원을 더 뽑지 않고 그만큼 에너지정책학과 신규 교원을 충당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원자력산업학과 교수진 퇴직자가 속출하는 만큼 신설학과인 에너지정책학과 교수진을 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정부 원전 정책에 관계없이 학생과 직원 정원을 개교 시점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내부 방침으로 세웠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의 이같은 운영 방식은 학교의 입지와 급여를 존속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이 학교는 원자력 인력, 투자 수요 감소로 학교를 존속할 명분을 잃은 상황”이라며 “‘원자력 명패’는 그대로 달고 에너지정책학과를 신설해 정원을 채운 것은 고액 연봉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에너지전환으로 원전이 아닌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신규 수요들이 발생했다”며 “이에 따라 유지 보수와 사업 수요가 발생한 만큼 정원을 일부 떼서 신규 학과를 개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액 연봉 논란을 더욱 부추기는 점이 있다. 이 학교의 출자 구조다.

현재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에 자금 수혈을 하는 5개 기관의 출연 비중은 한국수력원자력 62%, 한전 28% 한국전력기술 4%, 한전KPS 4%, 한전원자력연료 2%다. 2016년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으로 이 학교 운영주체는 한전에서 한수원으로 이관된 바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전과 한수원의 자금이 이 학교 자금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두 기관은 빚더미에 올랐다. 한전은 2016년 순이익 7조1480억원을 냈지만 지난해 1조1508억원 적자를 내면서 2년 만에 순이익이 8조2988억원 하락했다. 또 2016년 2조4721억원의 순이익을 내던 한수원은 원전 가동률이 크게 줄면서 수익이 크게 악화돼 지난해 1020억원 적자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현재 빚더미에 오른 한전과 한수원이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에 최대 출연금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전기료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 두 기관의 재정 부담을 덜어야 할 상황에서 되레 연봉을 올리는 이 학교의 운영 방식이 국민을 공분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기관의 적자폭을 키우면 전기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유명무실한 이 학교 직원들의 고액 연봉을 충당하고 있는 지금의 구조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