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남 거제시청 내 시장 집무실에 난입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조원과 공무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싼 ‘일자리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말로만 이어지는 정부의 약속에 노조의 투쟁이 날이 갈수록 거칠어져가고 있다. 

19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은 없다”고 또 다시 강조했다. 벌써 4번째 구두 약속이다.   

이 회장은 “내달 현대중공업 주도로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노조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도 같은 약속을 했다. 지난 15일 경남 부산지역 기자재조합 및 협력업체 대표들과만나 “대우조선의 자율 독립경영체제와 기존 거래선 유지를 약속한 만큼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지역경제의 후퇴가 없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간의 본계약이 채결된지 어느 새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부가 동어반복의 입장만 내놓으면서 노조는 ‘매각 반대’ 구호까지 내걸었다.

금속노조 소속 대우조선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고용보장과 협력업체 보호방안에 대한 명쾌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니 불신이 커진다”며 “지금 당장 급한불은 꺼보자는 식의 말을 믿을 노동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조와 정부간 갈등은 무력충돌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3일 대우조선해양지회 소속 노조원들이 변광용 거제시장실에 난입해 거제경찰서 112기동타격대가 출동해 진압하는 상황으로 치닫았다.

당시 일부 노조원들이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시장실 책상을 비롯한 집기를 부수고 책을 던지는 등 10여분간 소동이 벌어졌다. 거제시측이 노조가 내건 ‘매각 반대’ 현수막을 불법 게시물로 규정하고 철거한 데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변광용 시장이 이후 이들과 30분가량 면담을 가지며 가까스로 진정시켰으나 거칠어진 노조를 설득할 카드는 ‘서면 약속’  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동걸 회장을 비롯해 최종구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기존 거래선 유지와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보호방안이 수립되지 않으면 공염불이라는 것.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처리 과정에서 준비 작업이 부실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무부서인 산업부조차 관련 대책 논의가 없었다. 공허한 말잔치에 그치게 되면, 경남경제는 초토화 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지역을 넘어 전국적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며 민중당, 사회변혁노동자당, 한국진보연대도 가세해 전국 단위 대책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4월초 출범 예정인 전국대책위는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진행될 결합심사를 비롯해,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승계 문제까지 일일이 개입해 대우조선을 국유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국유화 주장에 대해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미리 막을 수 있는 문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초가삼간 태우게 생겼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밝혀 국유화 주장을 차단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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