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0월 '보이스피싱 제로(zero) 캠페인' 발족식에서 보이스피싱 근절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윤현종 기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4만8000여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7만218건, 피해액은 4440억원 규모다. 이처럼 해마다 늘어나는 보이스피싱을 근절하고자 금융감독원·한국정보화진흥원·IBK기업은행 세 기관이 선택한 것은 인공지능(AI) 이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AI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사기 전화를 실시간 차단하는 앱(App) 'IBK 피싱스톱'을 시범운영한다. 이 모바일 앱은 음성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휴대폰 진동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음성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방식이 자칫 ‘감청’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된 AI 앱 작동 방식 핵심은 통화 내용을 AI가 실시간으로 듣고 분석하는 것이다.

앱 초기 기획부터·개발까지 참여한 이봉기 IBK기업은행 IT정보부 과장은 이 부분(감청)이 개발 과정에 있어 가장 큰 ‘허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개발 초창기부터 이 부분(감청 논란)을 두고 법률 기관 및 자문사 등에 검토를 충분히 요청했고 이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률 검토는 물론 시스템적으로 오해 소지가 없도록 AI 분석 서버도 철저히 했다. 이 과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AI 분석 서버에 통화 내용이 올라가기 전 누가 누군지 모르게 음성변조를 하는 등 1차 필터링을 거친 뒤 보이스피싱 분석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실시간 차단 인공지능 앱 'IBK 피싱스톱' 시스템 구축 내용. <제공=IBK기업은행>

정준현 단국대 법대 교수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국내 통신비밀보호법상 판례의 감청이라 함은 송수신 자 간 실시간으로 같이 듣거나 보는 경우인데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가 대상이면 다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통화 내용을 사람이 듣고 보이스피싱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정형화된 데이터를 소위 ‘금칙어’라고 하는 것을 패턴으로 분류해 소프트웨어(AI)가 분석하고 앱 사용자에게 진동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감청으로 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즉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 개입은 감청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실시간으로 전달된 통화 내용 등은 삭제하는 등 체계적 관리와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통화 기록이나 분석 후 데이터(통화내용)를 열람할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법률적 근거가 없는 이상 데이터를 보관하는 절차 등은 앱 개발 차원에서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개 기관도 이를 인지해 보이스피싱 감별에 사용된 통화내용은 분석 즉시 삭제되도록 시스템을 구현했다. 여기에 앱을 다운받을 때는 물론 통화 전 수신자에게 녹음 여부를 선택하게 하는 등 동의 절차 마련도 신경 썼다.

금융 사기인 보이스피싱을 해결하기 위해 3개 기관이 힘을 모아 개발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문제들은 산재해 있다. 앞서 설명한 감청 문제 외에도 안드로이드 9.0 버전 이후 통화 녹음 기능을 제조사 앱 외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개발 핵심 인물인 이봉기 기업은행 과장은 “감청 문제는 아닌 것이 확실하지만 사회적 통념이 앱 자체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OS(안드로이드) 경우 호환되는 하위버전에서 서비스를 테스트해보고 국민들에게 정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구글 쪽에 질의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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