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지 시장 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국내 3사가 배터리 성능을 고도로 높이는 기술력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세계 시장에서 한중일 기업 간의 ‘삼국지’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중국의 CATL과 BYD는 자국 정부의 ‘보호무역’ 우산 아래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고, 일본의 파나소닉은 전년 대비 무려 104.9%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여파로 올 1월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CATL와 BYD가 1위와 2위, 파나소닉이 3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의 배터리 3사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각각 4위 7위, 16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같이 불리한 시장 지형에서 배터리 3사가 전지의 성능을 고도로 높이는 기술력에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특히 세계 전기차 시장 ‘양대산맥’인 중국과 유럽에 문이 열리는 내년이 국내 기업들이 승부수를 걸어야 할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주장이 많다.

우선 중국의 빗장 규제가 풀린다. 중국 정부는 자국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은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외 업체들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내년 폐지된다.

유럽 시장은 ‘3세대 전기차’ 출시를 본격화 한다. 3세대 전기차에는 기존 제품보다 효율성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가 탑재된다. 중국 시장과 어깨를 견주는 유럽시장을 대상으로 차세대 배터리 납품을 위한 해외 업체들의 ‘각축전’이 예고된다.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앞둔 국내 배터리 3사는 탁월한 기술력으로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부다. 본지는 배터리 3사가 매진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들여다봤다.

- 편집자 주

◇ ‘더 오래가는 전지’…주행거리 500km 이상 배터리 개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전지 회사가 먼저 수주를 하고 자동차 회사가 원하는 시기에 맞춰 납품하는 형태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2020년을 기점으로 1회 충전에 주행거리 500㎞ 이상, 10분 내 80%가량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한 3세대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3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14일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COBO)센터에서 열리는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NAIAS 2019)'에서 600㎞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셀과 37Ah(암페어아워)에서 78Ah까지 EV, PHEV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세대별 배터리 셀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자동차 업계가 고민하는 것은 에너지밀도 증가를 통한 주행거리 향상과 전기차 가격 인하다”며 “삼성SDI가 선보인 신제품은 에너지 용량을 크게 증가시켜 차량당 셀 숫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자동차 메이커들의 원가 혁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주행거리 확보에 선두를 달려온 LG화학도 고용량 배터리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GM 볼트와 현대 코나 등에 300~400km 용량의 배터리를 공급해왔다”며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공급할 3세대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평균 500km 이상이 될 것”이라며 “자사의 현 기술력으로 볼 때 2020년이 넘어가면 500~600km 배터리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차세대 음극재 ‘실리콘’배터리 수명은 ‘오래 충전은 ‘빨리’

LG화학은 배터리의 급속충전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미국 스타트업인 에너베이트(Enevate)에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에너베이트는 실리콘을 70% 이상 주성분으로 하는 차세대 음극재 개발에 나섰다. 실리콘을 이용하면 5분 만에 75%까지 충전이 가능한 전지 음극재를 만들 수 있다.

로버트 랑고 에너베이트 최고경영자는 “LG화학의 전략적 투자는 전기차의 충전시간과 주행거리, 비용, 안전성 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해결해줄 수 있는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삼성SDI 역시 고용량 배터리를 향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실리콘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소재인 흑연보다 질량 대비 에너지 밀도가 10배 더 크다”며 “배터리 충전 시간을 15분으로 줄여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터리업계는 실리콘 소재 음극재는 구조적 안정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튬이온이 음극 소재에 저장되는 과정에서 음극의 부피가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흑연이 약 10% 정도 부피가 커지는 반면 실리콘은 흑연 대비 부피가 더 많이 커지게 된다.

삼성SDI는 실리콘의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연구 개발을 통해 독자 특허를 가진 SCN(Si-Carbon-Nanocomposite)이라 일컫는 음극 소재를 고안해 내기도 했다. SCN은 아주 작은 나노 사이즈의 실리콘을 흑연과 배합한 소재로 안정적인 구조와 높은 에너지 밀도를 모두 충족한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 배터리 폭발률 낮추는 ‘전고체 전지’…“2020년 중반 상용화”

배터리 4대 재료는 전해질,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인데 열에 취약해 폭발 위험성을 갖고 있다. 배터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해질이 액체에서 고체로 바뀌게 되면 외력에 의한 손상과 배터리 내부 열에 대한 안정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3사는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미국과 유럽 소재 주요 연구소·대학과 연구개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빠르게 진행되는 미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차세대 핵심 역량은 기술력”이라며 “자사 배터리연구소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향상에, 기술혁신연구원에서는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도 전고체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는 지난 1월말 2018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에 대해 언급한바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고체 전지는 2020년대 중반 시장에 샘플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전고체 전지는 아직 효율성이 모자라 리튬이온 전지를 대체하기 힘들지만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에서 우수성을 발휘하며 리튬이온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도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 전지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한층 진화된 LVS(Low Voltage System) 팩 등 다양한 혁신 제품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4대 핵심소재인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 중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최고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며 “이같은 안정성 덕분에 1회 충전 주행거리도 700㎞ 이상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  전도성 유리 분리막, 리튬 금속 전지 안정성 높인다

리튬 금속 전지(Li Metal)의 화재 발생률을 낮추는 ‘전도성 유리 분리막(Conductive Glass Separator)’ 연구도 탄력을 받고 있다.

리튬 금속 전지는 흑연 대비 10배 이상의 용량을 지닌 리튬 음극을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약 1리터(ℓ)당 1000Wh 수준이다. 일반 리튬 이온 전지보다 두 배 가량 높은 미래 전기차 배터리 모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배터리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리튬이 적체되는 덴드라이트(Dendrite, 금속 표면 어느 한 부분에 비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가 발생, 분리막을 통과‧훼손해 결국 화재가 일어난다는 한계가 있었다.

전도성 유리 분리막은 이러한 덴드라이트가 분리막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억제해 리튬 금속 전지를 안정화 시킨다는 점에서 향후 상용화를 위한 핵심 소재로 구분된다. 이 기술을 통해 향후 리튬 금속 전지 상용화를 더욱 앞당길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도성 유리 분리막 연구를 위해 지난달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미국 배터리 기술 개발 업체인 ‘폴리플러스 배터리 컴퍼니’와 리튬 금속 전지 개발을 위한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협약을 통해 폴리플러스가 보유한 전도성 유리 분리막 연구 개발에 자금을 투자하게 된다.

향후 지분 투자 및 기술 라이선스 확보 옵션도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하반기까지 전도성 유리 분리막에 대한 연구를 마무리 하고 이를 리튬 금속 전지 개발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결정해 국내를 비롯한 중국 창저우, 헝가리 코마롬, 미국 조지아 지역에 배터리 생산 설비를 구축 중이며 2025년까지 추가 수주를 통해 총 생산량을 60GWh까지 확대시킬 계획이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장은 “빠르게 진행되는 미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차세대 핵심 역량은 기술력이다”며 “앞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방식을 활용해 다양한 외부 단체와 협력을 넓혀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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