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LG화학의 덩치 키우기 경영에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매년 진행해온 돈 끌어 모으기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보다는, 사내유보금 등 곳간 채우기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신용평가는 최근 LG화학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S&P는 조정 이유에 대해 “LG화학이 설비 투자와 차입금 증가로 인해 향후 24개월 동안 현재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1조원 규모의 공모채로 원화를 조달한 것에 이어 올해 상반기 중 외화 그린본드 발행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추가적으로 모은다는 계획이다. 향후 확보되는 자금은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와 여수 NCC 증설 등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대비 34.8% 증가한 수치이다.

회사측은 "유보금만으로 투자가 불가능해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내 화학 회사들 가운데 사내유보금액이 가장 많은 기업이 외부 자금에 의존해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LG화학의 사내유보금은 지난 2015년 12조6903억원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17조2689억을 기록했다. 사내유보금은 자본 항목 중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이 합쳐진 일종의 비상금 개념으로 재투자 항목으로 분류되지만, ’기업이 곳간’에 쌓여 있는 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부채비율 제한룰 때문에 자본 항목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는 사내유보금 논란"이라며 "저금리시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차입해서도 자금을 조달하기 수월해 굳이 회사 자금을 깨내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 차입금에 의존해 장기계획을 세우는 LG화학의 경영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LG화학의 총 차입금은 재작년 말 1조1000억원에서 작년 말 약 3조6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말에는 6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박진수 부회장 체제에서 LG화학은 지난해 2월에도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후 6월에도 해외 투자자금 조달 목적으로 6억달러 상당의 외화교환 사채를 발행했다. 

이번에 S&P는 LG화학의 향후 2년간 영업 현금흐름을 연간 3조5000억∼4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확대된 설비 투자와 배당 지급을 충당하기에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LG화학이 역점을 두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 우려로 수익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특히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투자를 낙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업황 개선 수준이 현재의 재무적 부담을 만회할 만큼은 아니”라며 “이것이 바로 LG화학이 처한 딜레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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