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대치쌍용아파트.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누데이 유준상 기자]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크게 상승한 가운데 일부 매매가격이 급등한 단지의 주택형은 상승률이 30∼4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작년 시세 상승분을 공시가격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해온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시가격이 인상된 것이어서 주민들의 이의신청도 예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공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안을 조회한 결과 지난해 매매가 상승률이 큰 단지들은 공시가격 상승률이 30∼40%대에 달했다.

신흥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나 지역개발 호재가 있는 단지, 수요층이 두터운 새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8차 전용 52.74㎡의 경우 공시가격이 지난해 6억5600만원에서 올해 9억2800만원(로열층 기준)으로 41.5%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는 신반포4지구 통합 재건축 단지에 속해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서 그 기대감으로 지난해 시세가 크게 올랐다.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이번 공시가격의 시세조사가 이뤄진 지난해 말 기준 이 아파트의 평균 시세는 13억8000만원으로 2017년 말(10억1000만원) 대비 37% 상승했다.

부동산114 조사로는 지난해 말 기준 평균 시세가 14억5000만원으로 전년 말 대비 48% 올랐다.

이 아파트는 최근 집값 하락 기조 속에서도 13억∼14억7000만원의 시세를 보이며 여전히 강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11월 중순 14억7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뒤 올해 1월 초에는 3층이 16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의 대형 주택형인 전용 141.53㎡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3억6000만원에서 올해 17억3600만원으로 27.65% 상승했다.

역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강남구 일원동 수서1단지 전용 49.68㎡는 올해 공시가격이 5억3700만원으로 작년(4억2600만원) 대비 26.1% 뛰었다.

이 아파트의 작년 말 시세는 조사기관마다 들쭉날쭉하다. 부동산114 기준으로는 평균 9억7000만원으로 전년 말 대비 53.5% 오른 반면 감정원 시세 기준으로는 평균 8억원으로 25% 상승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도 전용 84.88㎡ 공시가격이 지난해 5억6700만원에서 올해 6억9200만원으로 22.05%, 97.26㎡의 공시가격은 작년 6억5600만원에서 올해 8억8800만원으로 35.37% 급등했다.

2017년 3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3568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지역 랜드마크 단지로 부상하며 지난해 매매가격이 25∼45%가량 크게 뛰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고층7단지는 재건축 호재로 전용 53.46㎡의 공시가격이 작년 6억7600만원에서 올해 8억7200만원으로 28.99% 상승했고,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78㎡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9억1200만원에서 올해는 10억800만원으로 18.42% 오르며 1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3.3㎡당 1억원' 거래설로 주목받은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5억400만원에서 올해 17억3600만원으로 15.43% 상승했다.

부동산114 시세 기준 이 아파트의 작년 말 시세는 평균 27억원 선으로 전년 대비 24% 올랐다.

오히려 초고가단지는 올해 공시가격이 '찔끔' 인상에 그쳤다.

14년째 공시가격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를 비롯 용산구 한남더힐, 청담 마트힐스웨스트윙,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 삼성동 아이파크 등 공시가격 상위 10위권 이내 고가주택 가운데 용산구 한남 루시드하우스(9.06%)를 제외하고는 올해 인상률이 최대 6% 미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단독주택과 달리 최근 1∼2년간 공시가격이 뛰면서 현실화율이 높아진 영향이 있고, 실거래가 거의 없어 적정 시세파악이 쉽지 않은 것도 인상폭이 크지 않은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은 강남보다 강북이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강북지역의 집값 상승세를 이끈 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명 '마용성' 지역을 비롯해 동작구, 동대문구 등지의 공시가격 인상폭은 강남을 웃도는 수준이다.

용산구 산천동 리버힐삼성 전용 59.55㎡는 공시가격이 작년 3억5800만원에서 올해 4억9100만원으로 37.15% 급등했고, 전용 84.98㎡도 4억5100만원에서 5억800만원으로 30.38% 뛰었다.

이 아파트는 서울시의 용산마스터플랜 개발 계획 수립 추진 등 호재에 힘입어 지난해 매매가격이 1년 새 50%가량 뛰었다.

강북지역의 공시가격이 크게 뛰면서 마포·용산·성동·동작구 등 인기지역의 일반아파트도 전용 84㎡의 공시가격이 9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보다 집값이 조금만 더 올라도 국민주택규모 아파트 1채만 보유하고 있어도 종부세 대상이 되는 셈이다.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 전용 84.84㎡는 공시가격이 작년 6억3000만원에서 올해 8억4800만원으로 34.6% 뛰면서 '9억원' 진입을 눈앞에 뒀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89㎡도 올해 공시가격이 8억4800만원으로 작년(6억7400만원) 대비 25.82% 오르며 고가주택 진입이 임박했다.

목동 신시가지7단지는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전용 66.6㎡ 소형의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20% 가까이 뛴 8억5600만원으로 9억원에 육박했다.

성동구 성수동 트라마제와 같은 고가아파트는 전용면적 69.72㎡ 소형의 공시가격이 작년(8억8800만원)보다 24.43% 뛴 11억400만원을 기록하며 공시가 '10억대' 시대를 열었다.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곳은 보유세 부담도 만만치 않게 늘어난다. 특히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이 큰 강남은 물론, 마용성 등 강북 일부지역에서도 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폭이 세부담 상한까지 커지는 단지들이 많을 전망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흑석한강센트레빌 전용 84㎡는 올해 공시가격이 8억원대 중반으로 오르면서 종부세 부담은 없지만 재산세가 작년 158만∼175만원에서 올해 200만∼227만원 선으로 상한선인 30%까지 오른다.

올해 공시가격이 11억원을 넘어선 성수동 트리마제 전용 69.72㎡는 올해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보유세가 작년 254만7000원에서 올해 382만원으로 세부담 상한(50%)까지 뛴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원종훈 세무팀장은 "재산세 부과 대상 가운데 공시가격 6억원 이하는 세부담 상한이 5∼10%로 크지 않지만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는 30%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은퇴가구 등 소득이 많지 않은 가구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작년 9·13대책 이전에 보유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사업자 등록시 세제 헤택이 살아있는 만큼 공시가격이 확정 공시되는 4월 말 이전까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집값이 약세로 돌아섰는데 공시가격 인상폭이 큰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9·13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지난주까지 18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가격 상승폭에 비해 여전히 하락 수준이 적지만 집값이 떨어지는 분위기여서 체감 인상폭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며 "이의신청도 예년보다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은 올해 1월1일자 고시로 작년 12월 시점의 시세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올해 1, 2월 가격 하락분은 반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 상승기에 연초 가격 상승분이 다음해에 반영되듯이 올해 1월 이후 가격하락분을 포함한 연간 시세 변동률은 내년 1월1일자 공시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공시가격을 더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지역이나 용도, 가격 구간에 상관없이 실제 가격 변동에 따라 정확하게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현실화율을 80%까지 올리되 서민의 세 부담을 줄일 다른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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