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부 정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IMF 등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 온 기업들조차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상황이다.

여성벤처의 여건은 더 심각하다.

아직까지 곳곳에 남아있는 ‘유리천장’으로 인해 여성CEO들의 입지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힘이 기업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한다.

국내 여성벤처를 대표하는 한국여성벤처협회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대책으로 ‘스케일업’을 꼽았다. 겹겹이 쌓인 현안들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들의 성장과 역량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25년 동안 현장에서 발로 뛴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 신임 회장이 있다.

이에 본지는 14일 박미경 신임 회장을 만나 협회의 새로운 20년을 이끌어갈 청사진과 여성벤처의 혁신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 신임 회장

다음은 박미경 신임 회장의 일문일답.

Q. 그동안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 여성벤처의 가까이서 지켜봤을 텐데 ‘이것만큼은 바꾸고 싶다’라는 점이 있는가.

A. 한국여성벤처협회는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시기가 됐다. 이에 맞춰 ‘2020 뉴(New) 여성벤처, 스케일업 여성벤처’를 슬로건으로 여성벤처가 변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선 집중적으로 여성벤처 스케일업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실효성이 낮았던 지원 정책을 손볼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은 창업 지원에만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창업 여건은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한국여성벤처협회의 역한은 여성벤처가 마음껏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협회 운영에 있어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지.

A. 홍보 활동 강화를 통해 기본적으로는 여성창업의 경우 기술 아이디어 기반 창업 기업들을 회원사로 끌어올 수 있는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우위를 따지자면 질적 성장에 비중을 둘 생각이다.

회원사의 혜택을 늘리는 등 회원사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집중해 협회의 역량자체를 끌어올릴 생각이다.

Q. 굳이 ‘여성벤처’로 구분 짓는 이유는?

A. 일차원적인 남성·여성을 나누는 이분법적 논리는 아니다. 여성들이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오히려 남성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즈니스 쪽에서는 약세가 여전하다. 이 부분에 대해 여성벤처가 일반 벤처와 함께 클 수 있는 동반성장을 위한 균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구분된 것이다.

여기서 한국여성벤처협회 목적은 성공 가능성 있는 여성CEO, 여성벤처를 키워내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한 창업환경을 마련하는 데 있다.

정부와 함께 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Q. 무엇보다 ‘스케일업’을 강조하는 것 같다. 유관단체·협회들과의 협조 상황은 어떤지.

A. 혁신벤처라고 하는 벤처협회, 벤처투자협회 등이 중소벤처기업의 스케일업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는 여성벤처 입장에서의 필요한 사항들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점은 여성경제인협회와도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Q. 현 정부의 정책과 관련,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전제 아래서 많은 벤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회장으로서의 시각은?

A. 개인적으로는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부 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여성벤처를 대표하는 협회장으로서는 기업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서는 힘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본인 역시 기업을 운영하는 CEO로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엄밀히 중소기업이 더 힘든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있어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강제성보다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속도 보다는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위와 같은 노동현안에 있어 협회만의 역할이 있다면.

A. 중소기업을 회원사로 둔 단체들과의 협력체계를 갖추는 데 힘을 실어야 한다.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Q. 청년 일자리 문제, 대기업·공무원 선호 문화, 중소기업 기피 등에 대한 생각은.

A.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에만 몰두해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인재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 등의 도전에 나서야 기업 생태계가 활기를 띤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벤처 선배로서 방법과 정책적인 고민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단순 창업 시도에서 그치지 않고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협회 역시 이점에 중점을 두고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Q. 여성벤처 성장을 위한 청사진이 궁금하다.

A. 현재 자금조달 여성펀드가 900억원 규모로 조성돼 있다. 그러나 실제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실제로 여성기업의 수혜가 적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동안은 여성벤처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정책이 올바르게 작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 가지 예로 판로 확보의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 등 협력 체계 구축과 선도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한 유통 채널 활용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
<대담=이상민 부국장, 정리=고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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