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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수 상향 미끼로 ‘민간’ 재건축 지배하려는 서울시 ‘검은 속내’‘35층 층수’ 완화하는 대신 ‘디자인’과 ‘설계’ 규제는 강화
14일 오전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열린 녹사평역 프로젝트 개장행사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으로의 초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꽃코사지를 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서울시가 ‘성냥갑아파트’를 탈피하겠다며 ‘큰그림’의 도시계획을 내놨다. 여기에는 재건축 단지들이 고대하던 층수 상향을 비롯해 용적률 완화 등 사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업성을 결정짓는 설계·디자인에 대한 주도권을 시가 가져가겠다는 것이라 민간 주도 방식으로 추진되는 재건축사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도시정비사업 정비계획 수립 전 단계에서 ‘사전 공공기획’ 단계를 신설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시행 예정 시기는 올 하반기다.

이에 따르면 사전 공공기획 단계에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아파트 단지별로 층수·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가이드라인에는 용적률, 높이, 층수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역사·문화, 경관·지형, 가구별 인구 변화 등 전방위적인 내용이 반영된다.

또 시는 도시 속 ‘섬’처럼 폐쇄적인 아파트 단지를 주변과 연결하기 위해 ‘서울시 아파트 조성기준’을 새롭게 마련한다. 거대한 아파트를 여러 블록으로 쪼개 보행로를 내고 보행로 저층부에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해 집벽을 허문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평지와 구릉지에 들어서는 단지는 경관을 고려해 건축물 높이에 차등을 두고 역세권 등 교통 중심지 단지는 상업·업무·주거를 결합하도록 고려하고 있다”며 “특히 아파트 저층부에 개방형 커뮤니티 시설을 확충해 도보를 걷는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 공공기획 단계를 거치면 현재처럼 시 도계위에서 여러 차례 퇴짜를 맞는 사례가 줄어든다”며 “정비계획 결정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기존 20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성냥갑아파트가 아닌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현상설계 공모전을 하도록 하고 공모비도 전액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해 총면적 20% 이상의 특화디자인 설계도 뒷받침한다. 정비사업 전 과정을 지원하는 도시건축혁신단도 50명 내외로 신설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2030년까지 시내 아파트 56%가 정비 시기를 맞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미래 100년 서울의 도시경관을 혁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건축업계와 부동산시장에서는 서울시 혁신안이 민간 재건축사업에 ‘지나친 간섭’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진다.

재건축은 주거개선 의지를 모은 입주자들이 법인격을 가진 사업 주체인 정비사업조합을 설립해 추진하는 ‘민간 주도’ 방식의 사업이다.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도 민간이 출자한다. 설계와 디자인은 조합원 다수결로 선정한 설계자와 시공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율적으로 구상‧계획한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의 한 조합원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 경관과 지형 등을 전부 고려해 설계하다보면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고 사업성이 훼손된다”며 “창의적인 설계와 디자인은 민간의 독자적 영역에 맡겨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35층 층수' 제약이 완화돼도 사업성이 되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 조합의 한 임원은 “서울시가 평지와 구릉지 건축물 높이에 차등을 두겠다는 말은 경관과 고도 제한이 더 엄격해진다는 뜻”이라며 “35층 층수 제약이 완화되더라도 지역적 특성으로 인한 제약이 새로 생길 경우 사업성이 이전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같이 재건축 시장에서 서울시의 도시·건축 혁신(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소규모 공공 개발 주도 방식을 선호하는 서울시가 ‘눈엣가시’ 재건축사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노우창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기획실장은 “서울시 입장에서는 재건축 시장이 요구해온 ‘35층 층수’ 완화를 내어주는 대신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다”며 “재건축의 핵심인 ‘디자인과 설계’에 대한 주도권을 민간으로부터 빼앗음으로써 대규모 개발 방식에 대한 규제일변도 정책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준상 기자  yoojoonsang@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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