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제경쟁회의에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한·EU 양자협의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정거래위원회>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기업결합(M&A)이 해외 기업결합 심사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런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말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독일 국제경쟁회의에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김상조 위원장이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과 관련 “독점 우려는 없다”고 자신했지만, 전문가들의 공감대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주장으로 비춰지면서 ‘긁어 부스럼 만들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결합 심사 기관을 대표하는 김 위원장이 심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소위 말하는 선수들 앞에서 독점이 아니라는 결론부터 내리면서 경쟁국들에게 반대 명분을 제공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김 위원장이 참석한 독일 국제경쟁회의는 독일 연방카르텔청이 1982년부터 격년으로 개최하는 경쟁법 분야의 대표적 국제회의다.

미국·EU·영국·프랑스 등 전 세계 60여개국 경쟁당국 대표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내놓은 이번 발언이 국제통상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독점 우려로 합병이 무산된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 사례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케이스는 성격이 굉장히 다르다”고 언급했다.

고속철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유럽 철도시장 하나인 반면, 조선산업의 공급자는 한국에 있지만 수요자는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 퍼져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또 그러면서 “다른 경쟁당국이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도록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전제도 덧붙였으나, 이 같은 발언이 결국에는 ‘유럽이 반대해도 어쩔 수 없다’는 주장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우일 대우 M&A대표는 “이번 기업 결합은 겉으로는 민영화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폐합하는 성격이 다분해 국제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공정위는 결론부터 내놓을 것이 아니라 산업은행이 국가공기업인 대우조선을 경쟁입찰에 붙이지 않고 사실상 수의계약한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달 6일 프랑스 알스톰과 독일 지멘스의 초대형 철도 합병안에 대해 ‘유럽 시장에 독점에 가까운 체제를 이뤄 경쟁을 질식시키고 나아가 승객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불허했다.

알스톰은 떼제베(TGV), 지멘스는 ICE 고속철을 제조하는 회사로 양사는 합병을 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에 달해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양사의 단순 선박 시장점유율(수주량 기준)이 21%이기 때문에 독과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지만 이 역시 다른 경쟁당국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 규제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으로의 대규모 교체가 진행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양사의 수주 잔고는 72척으로 59.5%에 이른다.

국내 잠수함 사업은 대우와 현대가 나눠 수행하고 있는데 합병되면 국내에서는 완벽한 독점기업이 되기 때문에 일본과 중국, EU 등 경쟁국가들이 지켜만 보고 있을 가능성이 낮다.

특히 글로벌 조선업계에서도 독과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업계의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이탈리아 크루즈 조선소 핀칸티에리가 지난 2017년 9월, STX프랑스를 인수했지만 EU 반독점 조사위원회의 독과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합병은 지금껏 마무리되지 않았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각국의 경쟁당국은 크루즈선 분야 등 선종별로 시장지배력을 조사하고 있다”며 “두리뭉실하게 21%라고 언급한 김 위원장이 발언이 자칫 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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