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사내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금호석유화학에 오너경영 위기의 먹구름이 밀려왔다. 박찬구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를 묻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도덕·자의적 판단으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지면서부터다.

1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예정인 가운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여론 재판에 편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회장에 우호적이었던 미국계 사모펀드 블랙록이 올해초부터 지분 매각을 진행중인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며, 박 회장의 오너 경영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다뤄질 재선임안이 도덕성 논란으로 번지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박 회장이 대법원에서 배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부터다.

박 회장은 2008∼2011년 23차례에 걸쳐 금호석유화학의 비상장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 107억여원을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에게 담보 없이 낮은 이율로 빌려주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금호석화의 3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블랙록이 보유지분을 지난 1월 7.31%에 이어 2월에도 6.2%까지 줄이면서 우호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졌다.

박 회장의 상세 우호지분을 살펴보면 박 회장 6.69%, 조카인 박철완 상무 10.00%, 박준경 상무 7.17%, 딸 박주형 상무 0.82% 등 24.68%다.

블랙록이 지분을 줄여온 이유는 중장기적으로 배당수익을 올리기 위한 '밀당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대주주로 지분 8.4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기관투자자들까지 동조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일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방침이 알려지면 그것이 아무리 자의적 판단이라도 민간위탁운용사들도 같은 방향으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국민연금이 마음만 먹으면 기업 지배구조에도 손을 댈 수 있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본연의 취지인 주주가치 제고와 배당 확대가 아닌,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목적으로 쓰여지면서 경영권을 위협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지침을 보면 과거의 소송사건을 이유로 사내이사 선임을 찬성 또는 반대한다는 규정이 없다. 아울러 지분율 10% 이하인 금호석화의 경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결정 사안도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 국민연금이 박 회장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여론을 의식한 도덕적·자의적 판단으로 경영권을 무리하게 박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주총에서도 '과도한 이사직 겸임' 등을 이유로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 전력이 있지만 현장 사정을 모르고 한 판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박 회장이 일본 미쓰이화학과의 합작회사 설립 과정에서 이사로 참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찬반 의사결정은 기본적으로 행사지침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며 "열거주의로 세분화해 지침을 마련한 것은 도덕·자의적 판단이 개입하지 않도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리더십으로 금호석화는 지난해 영업이익 5542억원, 당기순이익 5033억원을 기록하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전년 대비 각각 111.0%, 131.2%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른 배당금도 늘려 지난달부터 보통주 1주당 전년대비 300원이 늘어난 1350원의 배당을 실시중에 있다.

박찬구 회장에 대한 재선임이 여론 재판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금호석화측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주가치 제고라는 큰 틀에서 기업경영을 볼 수 있다면 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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