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안중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위원장’이라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인해 국회 본회의장은 이른바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향후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징계 회부 등을 언급하며 강력 비판에 들어간데 이어, 청와대도 강도 높은 수위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달리, 한국당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방해한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교섭단체 대표연설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강의 기적이 기적처럼 몰락하고 한미동맹이 붕괴됐으며 자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며 작심발언을 예고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주장했지만 그마저 불법 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 등 추악한 민낯을 드러냈다”며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좌파정권에 분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는 발언이 나오자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 간 고성으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사과해”라고 구호를 외치자, 나 원내대표는 “이 시간은 야당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원내대표의 얘기도 듣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태도가 이 정권을 오만과 독선으로 만들고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 간 날선 신경전도 모자라 일부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다.

급기야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중단됐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아예 본회의장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계속되는 소란을 지켜보던 문희상 의장은 나서 “일단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재차 중재에 나서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한참이 지난 후에 재개됐다.

나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정국은 더욱 냉랭해질 전망이다.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난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강력 규탄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오늘 같은 일은 그동안 없었다”면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즉각 법률적인 검토에 들어가고 국회 윤리위에도 회부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정권을 뺏긴 이유를 모르는 듯하다”며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집권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격앙된 어조를 감추지 못했다.

일부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거나 국회에 대한 습격이자 나치보다 심한 발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정부 여당에 대한 저주로만 가득 찬 역대 최악의 교섭단체 연설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도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발언을 접하고 강력 규탄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 입장문을 내고 “한국당과 나 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거듭 밝혔다.

한 부대변인은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며 “나라를 위해 써야 할 에너지를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낭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당은 정부여당의 공세에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상대편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는 모습이었다”며 “독선과 오만의 자세로 가면 문재인 정권의 미래도 어두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교안 대표도 “제1야당 원내대표 연설 중간에 달려들어 고함을 지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대변인 논평에서도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한 민주당 의원들이 몰상식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며 “만행에 가까운 폭거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