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의 본계약 체결식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렸다.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오른쪽) 부회장과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협약서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조선업에 대한 산업은행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조선산업의 국유화 우려가 일고 있다.

8일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에서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넘어가는 민영화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산은이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앞서 한진중공업홀딩스를 이끌어오던 조남호 회장도 관련 지분을 모두 소각해 경영권을 산은에 넘겼다. 또 이번 계약에 따라 산은은 업계 1, 2위를 차지해온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작회사에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서명 직후 공동발표문에서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산업인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고용을 안정시키고, 조선업을 더욱 발전시키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M&A는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자회사로 대우조선을 두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은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한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지주가 28%로 최대주주, 산업은행이 18%로 2대주주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합작법인 아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독립체제를 유지할 계획이어서 산은이 기존의 경영권을 안고가는 '무늬만 민영화'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조선업계는 우선 현재 빅3체제인 조선업을 양사 체제로 전환해 작고 강한 조선업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자구책 이행 중인 회사인 가운데, 친노조 성향인 산은이 경영에 개입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동걸 회장은 매각안 발표에 앞서 "인위적 합병이 아니라 조선합작법인 밑에 양사가 동등하게 사업을 하는 만큼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이날 오전 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노동계와의 마찰은 오히려 격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본계약 쳬결식이 열린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현대중공업지부 노조원들이 계란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 산은 본점 앞에서 농성을 벌인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양사 노조는 이번 M&A를 '밀실 합의'로 규정하고 상경 집회와 파업, 현지 간담회 실력 저지 등 투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산은과 현대중공업 측은 "생산성이 유지되는 한 대우조선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보장은 기존 현대중공업그룹과 동일한 조건으로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측이 "구두약속만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입장이어서, 향후 투쟁 수위에 따라 구조조정의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우일 대우M&A 대표는 "독자생존이 아닌 사실상의 흡수합병이 진행되면서 노조들과의 마찰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빅3간의 경쟁으로 규모의 경제가 이뤄졌으나 축소지향적 사업재편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 찬성측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급과잉이 이어져온 조선업을 2사 체제로 재편한다는 것은 산업 경쟁력만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인적 청산이 필요한데, 정부가 두발 벗고 초를 치고 있으니 무늬만 민영화, 국유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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