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곳의 뉴타운 지역은 오는 2020년까지 광명동 및 철산동 부지 228만1110m²에 총 4만3653가구, 인구 10만9133명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현지 옥상에서 바라본 광명시 뉴타운 사업이 진행 중인 2, 4구역 )

[이뉴스투데이 안중열 기자·윤진웅 기자] 건물들을 부수고 새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년을 살아온 삶의 터전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시행사와 조합, 그리고 투기자들의 잔치로 강제 해체된다. 집을 한 채라도 가진 가구라면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이사 갈 여력이라도 있지만, 근저당이 설정됐거나 반지하 혹은 쪽방 등 지분이 작은 사람들에겐 이주비 충당도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등 지역 개발사업이 진행될 때 최대피해자를 간과한다. 관할 시청이나 구청에 주민등록이 돼있는 세입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실제 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이주하는 과정까지 세입자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집 없는 설움’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를 개발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뉴타운 등 개발사업은 경제력을 갖춘 '유주택자'의 전유물일 뿐이다.

◇ 광명시, 도시재생 패러다임 속 ‘시대 역주행’= 현재 경기도 광명시 지역은 뉴타운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개발에 대한 패러다임이 ‘도시재생’으로 바뀌었지만, 광명지역은 예외다.

최초 23개 구역이 뉴타운 개발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지난해 8월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며 11곳만 뉴타운 개발이 최종 확정됐고, 12곳은 개발계획이 잠정 중단됐다.

광명지역에 조성되는 11곳의 뉴타운 지역은 오는 2020년까지 광명동 및 철산동 부지 228만1110m²에 총 4만3653가구, 인구 10만9133명 규모로 조성된다.

뉴타운은 재개발과 엇비슷해 보이지만 규모면에서 상대적으로 큰 개발 사업으로 분류된다. 주거, 편의시설, 도로 등 통합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해 도시기능을 개발하는 종합 도시계획 사업으로 주택,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을 새롭게 정비하는 재개발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광명 뉴타운 지역은 현재 1구역 3585가구, 2구역 3344가구, 4구역 1876가구, 5구역 3091가구, 9구역 1524가구, 10구역 1051가구, 11구역 4367가구, 12구역 1912가구, 14구역 1187가구, 15구역 1335가구, 16구역 2104가구 총 11개 구역으로 구분된다.

해당 지역에는 GS건설, 한화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상태다.

2구역에 위치한 겉보기에도 멀쩡한 새 빌라는 뉴타운 사업 계획에 따라 곧 철거된다. (광명시 뉴타운 사업이 진행 중인 2구역의 빌라들.)

◇ 투기과열지구 묶였지만 뉴타운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광명 지역 11개 구역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음에도 개발이 계속되는 이유를 알아봤다.

광명시청 도시재생과 서환승 뉴타운팀장은 이와 관련, “지난 정부 때부터 계획이 수립돼 상당 부분 진척됐기 때문에 중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지금 정부의 도시재생 방향에 역행하지 않는가’란 이뉴스투데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도 같은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도시개발 전문가는 “그만큼 수익성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대형 건설사가 사업에 뛰어든 이유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시행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광명시청에서는 향후 안정적인 세수입을 포기할 리가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롭게 정비되는 지역에 대한 관리도 수월하기 때문에 반대는 커녕 오히려 환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환승 팀장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려던 국토교통부의 계획을 지연시킨 광명시의회와 광명시청의 배경이 있는가’란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이주비 등 보상문제, 제대로 해결 안돼=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이미 예견됐었다.

구역별로 차등 적용되는 대책 등으로 시청과 조합 그리고 주민들이 각각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끝낸 곳은 2, 14, 15, 16구역 총 4곳으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원활한 이사를 돕기 위해 주거이전비와 이사비용이 나오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미 이주를 시작하면서 빈 집이 늘어난 동네골목은 인적이 끊기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에 본지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보상대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이주비나 이사비를 지급받거나 임대주택을 신청해 공급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2구역에서 만난 김모씨(남‧50대)는 “이주비나 이사비가 지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가하면 기간을 놓쳐 임대주택 신청 자격이 상실된다”며 “후자는 신청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조모씨(남‧40대)는 “이웃들이 하나 둘 이사를 가기 시작하자 동네가 서늘해 빨리 이사를 가야 하는데, 아직 경제적으로 준비가 돼있지 않다”며 “보상이라고 하는 게 ‘이 돈이라도 줄 때 받고 나가라’라는 식에 가깝다”고 횡포에 가까운 조합과 건설사의 행태를 일갈했다.

낡고 허름한 집이지만 이마저도 겨우 마련한 집이라 세입자들은 다음이 막막하다. (광명시 뉴타운 사업이 진행 중인 2구역에 위치한 빌라.)

◇ 이주대책 없는 세입자들, 길거리 내몰릴 수도= 그동안 지역 재개발 사업이 집을 가진 원주민과 조합과 건설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툼이 도마에 올랐다면, 이번 취재과정에서는 일방적으로 쫓겨나는 세입자들에 대한 고민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4구역 주민 최모씨(여‧30대)는 “조합과 건설업자들이야 기존 조합원에 대해서만 신경 쓰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태도”라면서도 “그러나 광명시는 그래서는 안 됐다. 애초 개발계획이 수립과정에서 참여했으면서도 엄연한 광명시민인 세입자가 향후 겪에 될 고통을 외면했다”고 격분했다.

이들은 개발과정에서 전세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해 이사 갈 계획조차 세우기도 쉽지 않거니와 보증금을 받았더라도 더 나은 집을 구할 수도 없다.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변 지역 전세값은 요동치니 지금보다 낙후된 지역으로 밀려나게 된다.

4구역에 거주하는 차모씨(남‧40대)는 “이사를 갈 날이 멀지 않아 주변시세를 알아봤는데 지금 전세금 빼서 근처엔 갈 곳이 없다”며 “광명뿐만 아니라 온수, 오류동 등 서울 인근 지역의 집값은 오를 대로 올랐다”고 걱정했다.

임대아파트로 옮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대아파트 입주자격이 돼도 전세보증금을 주인에게 반환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조합 정관에 따르면, 세입자 주거이전비 지급에 대한 규정이 없으면 집 주인이 전세를 포함해 금액 일체를 부담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집 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차 한 대가 지나기도 어려워 보이는 주택가 골목에 어둠이 찾아오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 조합, 시행사(건설사), 시청 입장은 문제없다?= 광명 지역 조합과 시행사 측은 주민들의 불만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4구역 조합 측에 따르면, 관리시행인가 당시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을 때 이주비와 관련해 대출조건이 바뀌는데, 상황이 바뀌면 지급기준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대출조건이 까다로워지면 일부 주민은 이주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때 조합 측은 선정한 금융기관과 협의해 대출조건을 조정하기도 한다.

14구역에 시행사로 들어온 한화건설 측에 따르면, 전 세대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 이주비 등 비용을 개별사정에 따라 차등 지급할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 협의 과정에서 간혹 지급이 지연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 주민들이 제기한 상황만큼 악화되지는 않는다.

광명시청 도시재생과 뉴타운팀에 따르면, 뉴타운 재개발 이후 재입주율이 ‘5~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입주율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단정지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원주민 재입주율에 대한 기준을 잡을 수 없는데 재입주율을 계량화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합, 건설사, 시청 측 주장이 동의를 얻기는 힘들다는 주장이 나온다.

뉴타운 반대 측에서는 대출조건이 바뀌는데 일부 조정을 했다고 해 이주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고, 원만한 합의라는 게 우월적 지위를 가진 조합과 건설사의 일방적인 조건에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반대를 하고 싶어도 불이익을 받는 이웃을 봤기 때문에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아울러 뉴타운 사업의 그림자는 극히 낮은 재입주율에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정한다고 반발한다.

불만은 상대적으로 감정평가를 적게 받았다는 단독주택이나 상가건물을 보유한 부자들의 얘기만이 아니다. 어렵게 구한 전셋집, 월세집을 잃고 쫓겨나는 엄연한 광명시민 세입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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