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들연구소의 골전도 전화 WB-S50을 착용한 모델사진. <사진=이놈들연구소>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의 스핀오프(독립) 1호 기업인 이놈들연구소가 만든 시제품이 이용자들로부터 성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5일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들에 따르면 이놈들연구소는 전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약 22만달러 규모의 펀딩을 받아 출시한 골전도 전화기 ‘시그널’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시그널을 쉽게 설명하면 ‘손으로 전화할 수 있는 기기’다. 손목시계 형태로 착용하면 진동판이 손목뼈를 통해 손가락으로 진동을 전달하면 손가락으로 통화를 할 수 있다.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는 “스마트워치를 새로 산 선배가 스마트워치는 통화가 스피커폰으로만 가능해 주변 사람들이 대화를 다 듣게 돼 민망하다. 시그널은 이 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사라지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품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도와 달리 펀딩 이후 제품을 받은 이용자들은 “전화로써 역할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 제품을 구입한 한 소비자는 “펀딩에 참여한 후 기대에 부풀어 제품을 받았는데 손목을 통한 진동만 느껴질 뿐 전화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며 "1인당 20만원 이상의 펀딩을 받고 이런 제품을 내놓는다면 ‘먹튀’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 제품을 사용해본 결과 손으로 전화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전화기와 기기 볼륨을 최대로 높이면 손에 진동이 오고 소리가 났지만 손가락을 통해 나오는 소리보다도 기기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가 더 컸다. 최 대표가 말한 제품 기획의도와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더 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회사의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제보자는 “다른 제보자들을 포함해 상당수가 이놈들연구소에 전화나 이메일로 환불요청 등 문의를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제보자 외에도 킥스타터에 마련된 시그널 펀딩 홈페이지 댓글에는 전 세계에서 펀딩에 참여한 소비자들의 불만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사기다. 환불해달라”, “전액 환불을 위한 방법이 없는가”, “이들은 사기꾼이다. 킥스타터는 조치하라”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카페를 만들고 집단 대응을 논의 중이다. 이 카페 한 회원은 “아무래도 전세계에서 펀딩에 참여하다 보니 집단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놈들연구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배송 지연과 제품에 대한 사용자 불만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상수리나 앱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인력이 부족해 모든 불만에 대해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놈들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무상수리가 이뤄진 제품은 전체 판매량의 5%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이메일과 전화에 피드백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 사정상 인원 감축이 있었고 특히 CS담당 인원이 많이 줄어 대응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에 하자가 있는 만큼 환불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놈들연구소는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놈들연구소 관계자는 “환불에 대해서는 킥스타터 클라우드 펀딩에 환불 관련 규정이 없어 해줄 수 없다. 펀딩 당시 환불이 가능한 일정 기간이 있었다. 대신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WB-S50 실물. <사진=정환용 기자>

한편 이놈들연구소는 2014년 삼성전자 C랩 공모전 최우수 과제와 C랩 페어 베스트투자상을 수상했으며 2015년 법인을 설립하고 첫 독립 스타트업이 됐다. 같은 해 10월 특허를 등록하고 CES와 IFA 등 글로벌 가전박람회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C랩은 2012년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임직원 917명이 참여해 228개 과제를 지원해왔다. 또 2015년 이놈들연구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6개 기업이 독립해 운영 중이다. 

이놈들연구소 외에도 베이비케어 IoT 디바이스 기업인 모닛과 웨어러블 헬스케어 모듈 기업인 웰트 등이 독립해 운영 중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월에는 전기차를 자동으로 충전하는 자율주행 로봇 ‘에바(EVAR)’와 전신 마취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폐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호흡 재활솔루션 ‘숨쉬GO’가 독립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후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으로 국내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후 삼성전자 C랩은 지난해 10월 사내외 500여개 스타트업 과제를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사외에서는 외부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확대해 100개,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200개의 과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내에서도 삼성전자 임직원 대상 스타트업 과제 200개 지원할 예정이다. 

C랩 출신의 첫 번째 기업이 기술적 결함은 물론 향후 대응까지 논란이 생기면서 삼성전자 C랩 출신 기업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가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C랩에서 스핀오프한 기업들은 별도의 독립된 회사로 이후 삼성전자와 협업이나 교류를 진행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는 무관한 회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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