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꾸려진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에 모인 전 세계 언론은 마지막 일정을 기다리다 판이 틀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협상은 중간에 결렬됐고, 이후 북·미 외교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북·미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이 틀어진 뒤에도 표면적으로는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면서도 협상 결렬 원인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차기 협상의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북·미 정상은 애초 하노이에서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낼 정도의 실무조율이 되지 않은 채 회담에 임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두 정상의 발언에서도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시간은 많다” “끝나고 몇 번의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라면서 여유를 부렸다. ‘대북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자신감 표출이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내더라도 시간에 쫓겨 밑지는 장사를 하지 말자’는 기업인 출신다운 셈법을 작동시켰다.

이와 달리 금강산 여행 재개 등 남북경협으로 위기에 봉착한 경제 활로를 찾으려 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다급했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 “두 정상이 대화할 시간을 달라”는 말로 공식일정을 앞두고 주요 안건보다는 가십을 풀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현지 취재진에게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도 두 정상의 발언을 접할 때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긴 힘들겠다는 예상을 어느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청와대에선 출입기자단에게 북·미 회담이 진전 있는 통 큰 거래를 의미하는 ‘빅딜’은커녕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선언문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든 ‘스몰딜’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일부 보도를 경계했다.

다만 앞서 금강산 재개 등 남북 경협 관련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공개한데 이어 ‘종전선언’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정부로선 ‘스몰딜’까지는 예견했으나 아예 판이 깨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여기에 우리 정부만 너무 앞서나간다는 인식만 재확인시켜줬다. 다소 곤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책임과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의 만남이 합의가 된 만큼 일정조율을 조율하고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그 이후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미국 측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과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준비하기보다는 양국의 국익을 반영해 북·미간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관건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방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제재 문제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충분한 시간과 준비가 필요한 답방과 같은 대규모 행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5월 26일 판문점에서 가진 남·북 정상회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정상 간 갈등으로 판이 깨진 만큼, 우리 정부도 특사 파견보다는 남·북 정상 간 외교로 풀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서 △남북이 주도하는 100년의 질서 △대립과 갈등을 끝낸 새로운 평화 협력 공동체 △이념과 진영의 시대를 끝낸 새로운 경제 협력 공동체 등을 골자로 한 ‘신(新)한반도체제’ 구상을 재천명했다. 그러면서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첫 번째 과제로 ‘완전한 북미타결’을 제시했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을 전제하는 ‘신한반도 체제’ 구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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