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은 괴물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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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은 괴물을 만들 수 있을까
[씨네마 사이언스] 원자폭탄 공포가 만든 괴물 ‘고질라’…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만든 ‘괴물’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9.03.02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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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영화 ‘고질라’.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건물보다 큰 거대 괴수는 영화에서 아주 오래된 소재다.

거대 괴수영화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은 1933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킹콩’이다. 일본에서는 1954년 ‘고질라’가 처음 만들어졌다. 킹콩과 고질라는 오늘날까지 괴수의 양대 축으로 불리며 가끔 만나서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심형래 감독을 중심으로 ‘용가리’나 ‘디 워’ 같은 거대 괴수물이 종종 만들어졌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괴수 영화’로 각인된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2003년작 ‘괴물’이다. ‘괴물’은 미군부대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한강에 무단 방류하면서 돌연변이가 된 괴물이 나타나는 이야기다.

최근 헐리우드에서는 2014년에 만들어진 헐리우드 영화 ‘고질라’와 2017년 ‘콩: 스컬 아일랜드’를 통해 ‘괴수 유니버스’를 꿈꾸고 있다. 곧 개봉을 앞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즈’에서는 괴수의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발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괴수 영화에서 괴수가 등장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알려지지 않은 고대 생물이거나 외계에서 온 존재거나 아니면 방사능이나 독성 화학물질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다.

방사능이 생물체에 영향을 줘서 돌연변이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너무 익숙한 사실이다. 후쿠시마 인근에서 기형 농수산물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로운 소식에 속하지도 않는다.

이 글은 방사능이 세포를 파괴해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는지 묻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방사능이나 화학물질이 괴물을 만들 수 있는지 물을 계획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한국의 부조리한 근현대사와 그것을 반영한 현재가 뒤엉켜 만들어진 ‘오욕의 결정체’다. <사진=쇼박스>

포유류와 양서류·파충류·어류 등 모든 동물을 통틀어 가장 큰 동물은 흰수염고래다. 몸길이는 31m까지 자라며 현재 발견된 가장 큰 개체는 33.58m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최소한 ‘괴수’라고 부르려면 이보다 더 큰 녀석이 지상에서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육상에서 다니는 동물 중 가장 큰 녀석은 아프리카코끼리로 최대 7.5m 몸길이에 어깨까지 높이는 3.3m다.

‘콩:스컬 아일랜드’에서 킹콩의 키는 무려 30m였으며 2014년 ‘고질라’ 속 고질라 키는 무려 108m였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속 괴물은 
키는 4m에 몸길이는 15m다. 다소 현실적인 크기라고 볼 수 있지만 서울 인근 한강 유역을 감안한다면 가능한 사이즈는 결코 아니다.

방사능 괴물은 현실에서 가능할까. 다행스럽게도 현재로써는 우리는 방사능에 오염된 고질라나 한강의 괴물을 만날 일은 없다. 방사선은 고에너지 입자나 광자이기 때문에 세포막의 결집 자체를 파괴하며 DNA 체계도 무너뜨린다.

화상을 입거나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지만 이는 몸집이 커지거나 괴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파괴된다. 공포스러운 괴물보다는 아주 허약한 생명체가 태어난다는 의미다.

독성 화학물질도 세포를 파괴하거나 오염시켜 죽음에 이르게 할 뿐 성장을 촉진시키거나 신체능력을 강화시킬 수는 없다.

체르노빌 강 인근에서 발견된 길이 4m 괴물메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된 생명체라고 알려졌지만 본래 이 지역에서 서식하던 웰스메기다.

한때 체르노빌 인근에서는 방사선에 노출된 괴물 메기가 등장하고 캐나다에는 길이 1m의 괴물 지렁이가 나타나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도 했다.

괴물 메기라고 알려진 녀석은 체르노빌 인근에 서식하던 웰스 메기로 원래 그 정도 크기로 자란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사람 발길이 뜸해지면서 더 건강하게 자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괴물 지렁이 역시 실제로 존재하는 지렁이다.

현재로선 방사선이 괴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 오랜 시간을 걸쳐 변이된 유전자가 없던 괴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새로운 종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괴수는 대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1954년 작 ‘고질라(1954)’ 속 고질라는 원자폭탄에 대한 일본인의 공포심을 반영했다. 킹콩은 미국 본토에 대한 침공 공포를 다루고 있다. 2008년 영화 ‘클로버필드’는 9·11 테러 이후 위협에 놓인 미국인의 공포를 보여줬다. 
한국영화 ‘괴물’은 부조리한 사회에 사는 소시민의 공포를 보여준다.

영화 속 괴수는 인간의 여러 공포가 형상화 돼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는 문명과 과학에 대한 공포도 포함돼 있다. 우리는 많은 괴물영화가 준 두려움과 공포를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조금 더 윤리적인 미래를 향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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