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 지난해 말 교통사고로 S병원에서 발목수술을 받고 입원한 김영희(가명·31·여)씨.

간병인이 개인사정으로 쉬게 돼 혼자 휠체어를 타고 재활 치료를 받고 오던 도중 어느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휠체어를 끌어주며 말을 걸었다.

김 씨는 ‘간병인인가’ 싶어 고맙게 여기던 도중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그 아주머니는 간병인이 아닌 카드 모집인이었던 것.

카드사별로 발급 가능하다는 설명과 함께 3개월에서 6개월동안 20~30만원만 사용하고 해지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카드 발급 후 일주일 안에 개인 소지 통장에 5~10만원의 현금을 이체시켜준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김 씨는 결국 롯데·현대·신한카드 세장을 한꺼번에 발급받았다. 일주일후 모바일뱅킹으로 확인해보니 모집인 이름으로 돈이 들어와 있었다. 김 씨는 대형마트에서 카드를 만들고 페이백을 받은 적은 있지만 병원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 같은 병원에 수년째 간병인으로 근무 중인 정미연(가명·58·여)씨는 간병 수입 외에 간혹 새로운 수입이 생긴다.

3~4일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하는 카드모집인 박 씨를 같은 간병인과 환자에게 소개시켜주고 소개비 명목으로 현금으로 받고 있기 때문.

카드사별로 페이백이 다르기 때문에 이미 어떤 카드가 더 많이 남는지 까지 정씨는 훤히 꿰뚫고 있다. 내부적으로 쉬쉬하는 일이지만 카드를 만들면 현금을 준다는 것을 모르는 간병인은 없을 정도다.

‘카드 만들면 현금 제공’ 식의 불법 페이백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모객으로 과태료를 받은 카드 모집인이 2017년 한 해에만 500명을 넘는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삼성·롯데·하나·국민·우리 등 대부분 카드사 모집인이 이런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한 삼성·현대·롯데카드 모집인 300여명에 대한 심의를 실시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삼성카드 모집인이 130명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현대카드가 70~80명이었다. 이들 모집인은 고객들에게 현금을 과다 지급하거나 타인에게 카드 모집을 위탁하고 길거리에서 회원을 모집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나 대리 모집인은 신용카드 발급 시 연회비의 10% 넘는 경제적 이익을 소비자에 제공할 수 없다. 또 소속 신용카드사 이외 업자의 회원을 모집하거나 타인에게 회원 모집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길거리 모집도 금지하고 있다.

네이버 한 재테크 카페에 올라온 신용카드 발급 페이백 글 캡처화면

불법 모집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카드 모집인은 카드 발급 건수에 따른 발급 수당과 사용액에 따른 사용수당을 카드사로부터 받는다. 카드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발급수당은 건당 1만5000~2만원 수준이다. 카드 가입자가 일정액 이상 사용 시 월 2만원 정도 사용 수당도 제공한다. 사용 수당이 6개월가량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신용카드 한 장당 모집인 수당은 10만~15만원 수준이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근거로 카드사가 카드 모집인의 불법 모집에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불법 모집한 카드 모집인에게도 건당 1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주면서라도 영업을 해야 하는 카드 모집인과 돈을 받고 카드를 만드는 회원 간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단속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카드 한 장당 카드 설계사 앞으로 떨어지는 수당은 10만~15만원으로, 이 중 3분의 2 가량이 가입자 모집을 위한 리베이트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카드 누적 발급 건수가 많을수록 카드 모집인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불법 모집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신규 신용카드 발급 수요가 감소하고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집인들도 고객 확보를 위해 현금 제공 등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모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건전한 카드 모집질서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으나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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