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추위와 미세먼지로 잘 마르지 않는 빨래로 고민하던 사람들이 건조기 구입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서울 성북구에 사는 박모(40세, 여) 씨는 올초 벼르고 벼르던 건조기를 구입했다. 미세먼지가 많아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하는데 답답한 실내에서 빨래도 제대로 마르지 않아 눅눅한 냄새가 나서다. 돈은 좀 들었지만 겨우내 땀과 악취에 찌들었던 이불이 뽀송하게 변신하니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건조기 금액에 놀라던 남편과 아이들도 산뜻한 이불을 접하더니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최근 박 씨처럼 미세먼지로 인해 의류건조기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류건조기 시장이 올해 판매량을 200만대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2017년 60만대 정도였던 의류건조기는 2018년 들어서 150만대 가량 팔리며 2배 넘게 신장했다. 유통가에서는 공기청정기보다 의류건조기 매출이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미세먼지 대표 생활 가전 중 하나인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7년 140만대에서 2018년 250만대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는 3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량면에서 공기청정기가 100만대 가량 많지만, 의류건조기 평균 단가가 높아 매출액이 더 높다.

국내 건조기 시장 점유율 70%는 LG 트롬 건조기가 차지하고 있다. <사진=CJ오쇼핑>

공기청정기는 10만원 이하 제품부터 시작해 고가 제품이 60~70만원대로 100만원 안쪽에서 가격대가 형성된다. 반면에 의류건조기는 브랜드를 떠나 대부분 100만원을 넘고 용량이 14kg을 넘어가는 대용량은 200만원대를 호가하는 제품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홈쇼핑‧양판점‧이커머스 업체 등은 판매량 자체도 성장세이지만 매출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다닌 점에서 건조기 판매에 한층 매력을 느끼고 있다.

홈쇼핑 업계는 올해 1월 미세먼지 공습이 한반도를 덮치자 바로 건조기 편성 횟수를 늘려 톡톡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

CJ오쇼핑은 2019년 1월, 작년 동기간 대비 △방송 편성 횟수 2→7회 △누적 주문금액 17억→37억원 △신장율 116%를 기록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작년 1월 생활가전 분야(공기청정기, 청소기 등)에서 건조기 판매 방송이 주문금액 기준 2‧14위를 차지했다면, 올해 1월 건조기 판매방송은 1‧6위에 오르며 높아진 관심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작년과 올해 1월 기준 모두 의류건조기가 주문금액 기준 대형가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또한 올초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예년보다 빨리 시행되며 같은 기간 작년 4회에서 올해 7회로 편성 횟수를 2배 가량 늘린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삼성 그랑데 건조기가 LG 트롬 건조기와 나란히 16kg 용량을 출시하며 약진하고 있다. <사진=전자랜드>

양판점에서는 TV, 냉장고 등이 지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생활가전 순위의 지각변동도 감지됐다.

롯데 하이마트는 전년동기 대비 1월 한 달 간 의류건조기 매출액이 약 100% 늘었다. 전자랜드도 의류건조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가전제품 판매 순위 상위에 랭크됐던 TV‧냉장고‧세탁기 등만 포함했으나, 작년에는 의류건조기를 5위 안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며 “의류건조기 판매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판매 순위도 더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 또한 의류건조기의 가파른 판매 성장률이 눈에 띄었다.

11번가는 전년 동월 대비 1월 의류건조기 판매 거래액이 25% 가량 증가했다. 가전 전체 단일 상품 기준으로 건조기가 당당히 1위(LG 트롬 듀얼인버터 전기건조기, 14kg)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1월 11일 진행된 십일절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이미 100만원이 넘는 LG전자 건조기를 총 4500대 이상 판매해 거래액 기준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LG 트롬 건조기 외에 국내외 건조기가 다수 고객에 선보이고 있다. <사진=월풀>

위메프는 전년동기 대비 올해 의류건조기 판매량이 53.9% 상승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작년 베스트셀러 10 제품 가운데 6개가 냉장고와 건조기 등 대형가전”이라며 “미세먼지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했던 2015년과 비교해 의류건조기 등이 437배(4만3641%)나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조기 시장은 LG 트롬 건조기가 60~70%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 그랑데 건조기가 약 30%, 그외 10% 미만을 국내외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이중 삼성 그랑데 건조기가 지난해 11월 16kg 용량까지 출시하며 LG 트롬 건조기와 기술면에서 발맞추고 있다.

삼성 그랑데는 2018년도 4분기에 직전 3분기 대비 약 30% 매출 성장률을 보여 약진하고 있어 의류건조기 점유율 변동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외에도 대우위니아‧린나이코리아‧위닉스‧SK매직 등 국내 업체와 독일 밀레‧블롬베르크, 미국 월풀 등 다양한 제품이 고객 눈길을 끌며 2019년은 의류건조기 각축전이 벌어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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