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화재 폭발 사고로 ESS 안전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은 LG화학의 ESS. <사진=LG 케미토피아>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리튬이온배터리’는 LG화학을 대한민국 전지분야 최고 반열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이다. 반면에 최근 LG화학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에서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 등 미래성장사업의 핵심동력이어서 획기적인 안전 관리 없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폭발·화재 건수는 2017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21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LG화학 제품을 탑재한 ESS 폭발이 절반을 넘는 11건으로 나타나 ESS 제조사 가운데 빈도가 가장 높다. 경쟁사 삼성SDI(7건)에 비해 압도적이다. LG화학 ESS 사고 11건은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했다. 한 달에 한 건 이상 폭발이 일어난 셈이다.

LG화학은 폭발률도 가장 높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ESS 설비 1008곳 가운데 삼성SDI가 580곳, LG화학이 400곳에 공급했다. LG화학(2.75%)과 삼성SDI(1.2%)의 폭발률은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정부는 ESS를 신시장의 승부수로 던졌다. 지난해 상반기 ESS 보급량은 전년(89MWh) 보다 20배 증가한 1.8GWh로 껑충 뛰었다. 앞으로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과 연계해 성장세가 더욱 가파를 예정이다.

LG화학은 정부 산업 정책에 부응해 ESS 확장에 앞장서고 있어 추가 폭발 발생률은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고를 분석 중이지만 전기업계는 리튬이온배터리를 폭발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기업계에 따르면 ESS에 들어간 리튬이온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로 돼 있어 열에 취약한 구조다. 배터리 내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발생할 때 양극과 음극이 접촉되는 쇼트(단락)가 쉽게 발생하는데 이때 전지 온도가 오르면서 발화나 폭발로 이어진다.

LG화학 관계자는 “ESS 폭발 사고 원인을 배터리 문제로만 돌릴 수 없다”면서 “ESS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전력관리시스템(PMS), 설계·구매·건설(EPC), 전력변환장치(PCS),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등 수많은 분야와 그에 따른 다수 업체가 얽혀있어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6월부터 발생한 11건의 LG화학 ESS‧배터리 화재사고 사례

최근 해외에서 LG화학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한 전자담배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배터리가 발화 원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LG화학의 18650형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전자담배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한 시민 주머니에서 폭발했다. 100도 이상 화염과 화학물질이 흘러나와 피해자는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해당 피해자는 폭발 사고를 제조상 결함 탓으로 돌리면서 현재 LG화학과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우리는 교체용 배터리를 납품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난 배터리는 LG화학제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면서 “또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다른 업체가 LG 배터리를 밀수해 사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사실 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상용화된 이래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해왔다. 위험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마다 리튬이온배터리 안전 규제가 도입되고 제조사에도 안전성 검토를 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한국 정부는 2016년 소용량 리튬 배터리에 대한 화재 안전성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 같은 실정에도 LG화학은 안전성 마련에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에만 몰두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들은 “고객 안전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영 마인드를 개선하지 않으면 추가 사고는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LG화학은 앞으로도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해 미래 신사업 분야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대표적으로 전망 밝은 신사업 분야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전기차 시장이 2020년 400만대, 2030년 2100만대 판매량을 확보하고 이 기간 연평균 24%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LG화학은 올해 배터리 매출 목표을 10조원으로 잡았다. 이 중 50%를 전기차 배터리로 달성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실적을 두 배로 늘려 10조원을 거둔다는 목표다. 특히 2020년에는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35%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이 내년 ‘3세대 전기차’ 출시에 본격 나서는 만큼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를 육성하겠다고 공표하면서 내수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하지만 연이어 사고가 일어나는 배터리가 안전성 문제로 시험대에 오르면서 LG화학이 미래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는데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된 스마트폰과 ESS 등이 하루가 멀다하고 폭발하고 있다”며 “배터리가 내외부 강한 충격에 노출되면 여지없이 폭발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 아래에 이런 배터리가 수없이 많이 깔려있는데 지속적으로 충격을 받거나 교통사고가 난다고 생각하면 LPG차보다 더 위험할 살인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다”라고 덧붙였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일반 진화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울뿐더러 사고 후 고압 전류가 자동차 전체에 흐를 가능성도 있어 감전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모델X’가 폭발하면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배터리가 폭발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사고차량 배터리 제조사는 파나소닉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화재 발생 가능성이 낮은 전구체(고체) 연구개발(R&D)에 나섰다. 하지만 전해질(액체)을 대체할 대안으로 삼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란 관측이 많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구체 배터리를 액화 배터리 대체 수단으로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며 “아직 개발 단계라 용량과 효율성 문제가 해결이 안 됐고 가격 안정화가 안 되면 상용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LG화학의 높은 사고율은 도전정신으로 승승장구 해 온 샐러리맨 성공신화 주인공이자 지난 1월 새 수장으로 취임한 신학철 부회장의 앞길에 치명적 걸림돌이 되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우선 미래 가치로 강조한 ‘고객 경영’을 훼손하고 있다”며 “제품안전에 올인 해야 실추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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