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안중열 기자] 정부여당의 잇단 실책을 발판삼아 2·27 전당대회의 흥행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일정이 맞물리면서 반쪽짜리로 전락한데 이어, 한국당 전대 경선의 관심을 끌어올리며 ‘당권주자 빅3’로 올라선 홍준표 전 대표가 출마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이른바 ‘5.18 망언’으로 당 이미지에 심각한 내상까지 입었다. 이 때문에 한국당 안팎에서는 27일 전대가 흥행은커녕 당장 국민의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자유한국당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가운데)과 김석기 부위원장(왼쪽), 김성찬 의원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회의가 끝난 후 회의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당 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선출을 위한 2·27 전당대회를 일정 변경 없이 개최키로 결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북미회담 일정 겹치자 불출마자 속출…반쪽 전대되나

정부와 여당의 악재가 터지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이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권 도전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자유한국당은 한껏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6일 예기치 못한 ‘미국발 악재’가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한국당 전대 일정과 겹치는 27~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로 인해 ‘후보 등록 거부’의 배수진을 치며 2주 이상의 일정 연기를 요구하는 6명의 당권주자들과 ‘일정대로 치르겠다’는 당 지도부가 충돌하자,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급기야 전대일정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그리고 후보 등록 하루 앞둔 11일 “전대 일정 연기가 불가능하다”며 당 지도부의 손을 들어줬다. 홍 전 대표를 비롯한 당권주자들의 요구가 묵살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전대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에 홍 전 대표는 결국 이날 당원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정연기 거부에 반대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재철 안상수 정우택 주호영 의원 중 심·안·정 의원도 12일 전대 출마를 포기했다. 12일 현재 전대 일정 연기를 단일대오를 구성했던 당권주자 6명 중 4명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주 의원도 출마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반면 불출마가 유력했던 오 전 시장은 당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아울러 당권 후보 중 보이콧을 선언하지 않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은 예정대로 12일 후보를 등록할 예정이다. 12일 현재까지 최초 8명 중 4명이 불출마를, 황교안·오세훈·김진태 등 3명이 출마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반쪽짜리 전대’로 전락됐다. 당 안팎에선 ‘전대 폭망론’까지 나오자, 일부 TK 정치권 일부는 황 전 총리가 직접 나서 전대 일정 변경을 요청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5.18 망언’, 당 이미지·전대 악재에 정점 찍다

한국당 전당대회의 위기감은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의 이른바 ‘5.18 망언’으로 정점을 찍었다.

최근 김, 이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5.18 진상규명 공청회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극우논객 지만원씨가 발표자로 참석해 시작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이 의원은 “폭동인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하자,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이라고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는 11일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건 곤란하다”, “일부 의원의 발언이 5.18 희생자들에게 아픔을 줬다면 유감”이라고 밝히며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은 한국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해당 의원에 대한 의원제명 조치 등 요구하는 등 거세게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세 의원의 발언을 5.18 민주화운동과 정신을 짓밟은 ‘만행’으로 규정하고, 관련 의원들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키로 결정했다.

국회 윤리위 제소는 국회법에 따라 20명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고, 윤리위에서 제명안이 통과되더라도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동의를 얻어야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재적 298석의 중 199명 의원이 반드시 참석해야 본회의에서 안건상정이 가능한데, 현재 각 정당 의석수(더불어민주당 128, 자유한국당 113, 바른미래당 29, 민주평화당 14, 정의당 5, 대한애국당 1, 민중당 1, 무소속 7석)를 볼 때 한국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제명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된 2016년 10월(전신 ‘새누리당’) 29.6%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탄핵 정국을 거치며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다 최근 30%대 가까이 회복한 한국당이 제1야당의 위용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5.18 전대’를 위해서라도 과감한 결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 마저 규탄에 나서며 등을 돌리면서 민심이 급격히 이반하는 상황을 터부시할 수도 없다. 이는 ‘5.18 망언’으로 당 이미지에 치명적 내상을 입힌 3명을 무작정 두둔이나 감싸안기를 하기 어려운 이유가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해석이 아직까지 분분한 건 사실이지만, 시대를 역행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언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렵게 국민의 관심을 받고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중은 하지 않고 오히려 전당대회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으니 당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것”고 질타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일정이 겹치고, 그로 인해 일정 연기 문제로 유력 후보자들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반쪽짜리 전대로 전락하는 최악의 분위기였는데…(중략) 그런데, 역사적으로 가치적으로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없는 주장으로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며 “지금이라도 당 지도부가 문제가 된 3명의 의원에 대한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 지도부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 마저 규탄에 나서며 등을 돌리면서 민심이 급격히 이반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을 건가”라고 되물으며 3명 의원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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