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프의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이 사용된 차량 경량화부품.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자동차 경량화 시대를 맞아 차세대 플라스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화학업계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폴리에틸렌(PE) 등 기초소재 공급과잉으로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LG, 코오롱, SK가 그룹 차원에서  독일 바스프 인수 전선에 뛰어들었다.

매물로 나온 것은 바스프 독일 본사의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사업 부문이다. 각사는 이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 선점에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바스프 관계자는 "독일 본사에서 진행되는 내용이어서 국내 전략과는 별개"라면서 "그간 진행된 코오롱과의 기존 협약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인수전에는 이들 국내 업체를 비롯해 중국의 화학업체인 킹파(KíngFa)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P는 내열성과 기계적 강도, 내마모성이 뛰어나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공업용 플라스틱을 통칭하는 용어다. 전기자동차 등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어 먹거리로 꼽히는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이 부문 매출액 기준 세계1위인 바스프가 이를 매각하는 이유는 유럽연합(EU)이 반독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는 약 5400억~6200억원 수준이다.

그간 EP는 국내 화학업체의 주력 생산품목이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여력이 되면 1순위로 확대해야 할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석유화학협회 한 관계자는 "차량 경량화 추세로 친환경 소재 시장이 한층 커질 전망"이라며 "고강도 저중량 신소재 사용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 회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화학이다. 구광모 그룹회장 취임 이후 LG화학은 그간 안정에 중심을 두던 보수적인 경영에서 탈피해 외부인재 유입을 비롯해 적극적인 M&A를 통한 사업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화난 공장에 1억달러를 들여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 생산량을 15만톤 늘리는 등 자동차 내외장재 경량화 소재 생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나온 바스프 EP부문은 놓치기 어려운 '대어'로 보일 수밖에 없다.

영국 브랜드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최근 발표한 '2019년 화학기업 10' 보고서에 의하면 LG화학은 독일 바스프, 미국 다우, 사우디아라비아 사빅에 이어 4위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구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서 성공적인 데뷰전을 치를 경우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기준으로 세계 10위에 진입한데 이어 더욱 확고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간 국내에서 바스프와 EP 사업 협력을 꾸준히 해온 코오롱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코오롱은 바스프와 합작해 경북 김천1일반산업단지에 연산 7만톤의 폴리옥시메틸렌(POM) 합작 공장을 신규로 완공하고 단일공장 기준 15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바 있다.

양사는 합작 공장의 생산설비는 공유하면서 각 사별로 고객사의 요구사양에 맞춘  차별화된 레시피를 적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판매함으로써 협업하며 동시에 경쟁력을 높이도록 했다. POM은 생산 공정이 까다롭고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해 현재 선진국 소수의 기업만 독자적 기술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생산에서 만큼은 코오롱의 기술력을 따를 기업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이번 인수전에도 이런 조건들이 고려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백신 부문을 따로 떼어내면서 화학회사로서의 전문성 강화에 매진하고 있는 SK케미칼 역시 차세대 먹거리를 쉽게 놓치지 않을 의지로 보인다. SK케미칼은 최근 계열사인 SKC와 함께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인 PCT로 만든 고부가 필름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어느 회사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뀔 수 있다"며 "올해 화학업계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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