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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설 명절 덕담 건네고 뒤에선 ‘으르렁’민심잡기 나서 정쟁만 일삼기…시민들, ‘기승전-폭로정국’에 피로감 호소

[이뉴스투데이 안중열 기자] 여야 정치권은 앞 다퉈 설 귀성길에 나섰지만 시민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연초부터 국회를 강타한 ‘폭로정국’이 설 명절 연휴가 한창인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앞에서만 민생을 외치고 뒤에선 정쟁만 일삼는다는 불편한 시선 때문이다. 특히 설 명절 덕담을 건네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을 계기로 폭로정국을 정쟁 도구로만 악용하는 여야 정치권에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설 귀성길 민심잡기' 나선 정치권...시민 반응은 ‘냉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설 연휴를 앞둔 1일 서울 용산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에게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1일과 2일 서울역과 용산역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역사엔 설 명정을 앞두고 고향을 찾는 귀성객을 맞이하기 위해 여야 정치권이 총출동했다. 각 당마다 나름의 화두를 들고 국회 밖으로 나와 귀성객 의견을 청취하며 분주한 모습을 연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또 다시 ‘한반도 평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민을 향해 “아마 2월달에 북미회담이 잘 되면 3, 4월에 가서 남북정상회담이 또 잘 될 것 같다”며 남북관계 훈풍을 기대했다.

서울역을 찾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당 지도부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유력 당권주자들까지 총집결해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바닥난 민심’을 강조하며 유일한 대안세력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들께서 이제는 좀 나라에 대해서 걱정들 많이 하시는 느낌”이라며 “그동안에 문재인 정권의 실정, 그리고 문재인 정권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열심히 국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역을 찾아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께 귀성인사를 건네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다당제 실현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국회가 제대로 국민 뜻을 반영하기 위해 우리 당이 정치개혁에 나섰고 그 첫걸음이 선거제도 개혁,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강조했다.

각 당은 다가서는 정치세력, 정치인의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 악수를 청하는 등 시민들과의 소통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악수를 청하는 손을 반갑게 부여잡기는커녕 외면하고 뒤에서는 날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 몰입하다가 명절만 되면 표를 구걸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거부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충남 논산역에 하차한 김모씨는 이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서민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안을 들고 와 표를 구걸하는 모습을 또 보니 씁쓸하다”라며 “우리 아이들이 과연 정치인들과 정치권을 어떻게 볼까 걱정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용산역에서 출발해 전남 광주역에 하차한 최모씨 역시 “경제가 문제라는 게 보이지 않는가”라고 되물은 뒤 “도대체 국민이 뭘 원하는 지엔 관심도 없고, 집권과 선거승리에만 몰두돼 있으니 과거처럼 다시 한 번 무당파로 돌아서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심잡기에 나섰지만 지역민 반응은 ‘싸늘’

닷새의 설 연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명절은 국회의원들에게 지역구를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내년 총선이 사실상 시작된 올해 설 명절은 지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하루 전날인 지난 1일 서울역과 용산역 등에서 귀성객을 배웅하고 설 인사를 건넨 각 당 지도부들과 달리, 개별 의원들은 지역구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통상 연휴 명절 일주일에서 열흘 전부터 지역구 경로당과 보육원, 사회복지시설, 종교단체 등을 방문해 얼굴도장을 찍는다. 특히 시장 상인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제수용품의 물가를 살피기 위한 전통시장은 명절 일정에서 꼭 찍고 가야 하는 코스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설 연휴를 앞둔 1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용문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아울러 지구대와 소방서 등 명절에도 쉬지 않고 근무하는 시민들을 격려한다. 소외된 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그래서 통상 설 당일인 5일 하루만 휴식을 취한다게 의원들의 명절 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귀성길 시민과 마찬가지로 지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경기도 광명시장에서 만난 상인 강모씨는 “예전엔 정치인이 오면 활력이 되고 뭔가 기대할 게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린 뒤 “솔직히 정치인들이 명절만 되면 이곳을 찾는 이유가 표밭다지기 말고 뭐가 있겠는가”며 불만을 드러냈다.

같은 시장 양모씨는 “전통시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지원하겠다는 걸 요즘 누가 믿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정치인들이 왔다 가면 매출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 뿐 번거로움만 크다”고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광명 하안주공아파트 앞에서 설맞이 소외계층 사랑의 떡국 나눔봉사 활동에 참가해 자장면을 배달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 명절은 뒤로 하고 폭로정국 이어간다

정치권은 귀성길과 지역민의 불편한 민심엔 관심도 없다. 지속적인 폭로정국이 1심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이 결정되면서 오히려 정쟁은 최고점에 다다르고 있다. 설 밥상머리 최대 화두로 ‘김경수 법정 구속’이 떠오르고 있어서다.

설 명절 첫날 제1야당인 한국당은 김 지사의 법정구속과 관련, ‘민주당의 재판·헌법불복’ 주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 촉구 등을 주장하며 연휴에도 국회 본관에서 릴레이 농성을 이어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재판·헌법불복’을 거듭 주장하며 김 지사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고, 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한국당을 향해 ‘촛불혁명에 대한 모욕’이라며 대선불복 프레임을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한국당은 여상규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김경수·드루킹 댓글조작 부실수사 및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2심 유죄 판결도 거론하며 더불어민주당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1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손혜원 의원 국조-특검 수용, 김태우 특검, 신재민 청문회 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비판수위가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하는 한편, 촛불 혁명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만든 촛불 혁명과 그로 인해 탄생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자 국민 기만행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지사의 1심 판결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재판부의 범죄 사실 판단이 대부분 심증이고, 온 국민의 관심을 모은 중요한 재판에서 김 지사의 유죄를 떠받치는 표현마다 '∼로 보인다', '∼로 보이고' 라는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안중열 기자  jyahn7@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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