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안경선 기자]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을 폭로한지 1년이 지난 지금, 문화계와 정치권, 최근 스포츠계까지 번진 ‘미투’의 가해자는 법적 심판을 받고 있지만 이에 따른 대책은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당시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성추행을 당한 데 이어 이를 문제 삼자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서 검사의 당당한 폭로는 대한민국 미투 운동의 불씨가 되었고 이는 문화계로 까지 번졌다. 시인 최영미씨가 원로 시인 고은 씨를 겨냥한 시 ‘괴물’을 발표해 문단 내에 존재하는 성폭력 문제를 폭로 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사나 교수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는 ‘스쿨미투’가 끊임없이 울려퍼졌고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체육계 미투까지 피해자들의 고백은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피해자의 가슴 속에 묻힐 뻔한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하자 경찰과 검찰은 해당 사건들에 대해 수사하기 시작했고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가장 먼저 심판대에 오른 사람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이다. 안 전 지사는 위력을 이용해 당시 비서로 근무하던 김지은 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8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 존재했지만 김 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정도는 아니었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열린 2심에서는 1심의 결과를 뒤집고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돼 김지은 씨의 폭로가 있은지 10개월 만에 결국 법정구속 됐다.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는 과거 극단 단원 16명에게 성폭력을 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이후 이 감독은 징역 6년을 선고 받아 미투 운동 가해자 중 처음으로 실형 판결이 내려졌지만 이 감독은 1심 판결에 불복한 뒤 항소심에서도 독특한 연기 지도 방법이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한 서지현 검사가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혐의는 시효가 지났지만 성추행 사실을 덮기 위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해 모든 분야에 걸쳐 피해자들의 외침과 가해자들의 처벌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미투 1년, 이 여파로 국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미투에 관련된 법안을 앞다투어 쏟아냈지만 정작 통과된 법안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미투 이후 국회에 145건의 법안이 제출됐고 그 중 35건 정도만 통과됐다”라고 밝히며 “나머지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법사위원들에게 법안에 대해 계속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지현 검사는 지난달 29일 ‘서지현 검사 #미투 1년-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 “피해자야말로 누구보다 행복해져야할 사람이다. 공포와 수치로 피해자들의 입을 틀어막은 이 잔인한 공동체는 바뀌어야 한다”며 변화를 호소했다.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 1년,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와 함께 근본적인 법과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둠속에 가려진 또 다른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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