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면제로 추진된 4대강 사업은 '녹조라떼'를 야기하며 치명적인 환경 파괴를 낳았다. 정부의 파격적 예타 면제를 두고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가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비수도권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사업 규모를 크게 늘렸다. 하지만 예타 빗장이 풀린 사업들의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아 자칫 국민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는 총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 23개 사업 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개 예타 면제 사업을 2029년까지 연평균 1조9000억원을 들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설명과 달리 정책 전문가들은 검증이 안 된 사업을 면제 대상에 무리하게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

선정된 23개 사업 가운데 7개는 과거에 예타를 받았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울산 외곽순환도로, 서남해안 관광도로(압해~화원 구간), 부산 신항~김해 고속도로, 동해선 단선전철화,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 국도 단절구간 연결(8개 구간) 등이다. 7개 사업지를 합해 사업비만 9조3000억원에 이른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사업성과 경제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7개 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실시한 종합평가(AHP)에서 경제성·재원조달·고용효과 등에서 ‘추진 불가’를 받았다. AHP가 0.5를 넘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7개 사업 모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곽순환도로, 서남해안 관광도로, 동해선 단선철화,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 등 4개 사업의 지역경제활성화효과지수는 지난 8년간 예타를 받은 135개 사업 평균(0.3431%)에 못 미친다.

예타 빗장이 풀려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면 환경 파괴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실련·환경운동연합·녹색교통운동 등 환경시민단체는 “이번 예타 면제는 환경 파괴를 낳는 대규모 토건 사업 회귀”라면서 “예타 면제로 강행한 4대강 사업이 어떤 결과로 귀결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규모 예타 면제 시행은 정권 초기 대규모 토목사업을 지양하겠다던 방침과 배치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보다 토건사업에 더욱 의존하는 결과가 됐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이번 발표로 42조원이 더해지면 이명박 정부(60조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궤도를 수정한 것을 두고 정치적 동기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차 성장률·고용률·수출·일자리 등 경제성적이 낙제점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사면초가를 벗어날 수단으로 예타 면제를 선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질타했다.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예타 면제가 자칫 국민 혈세를 낭비할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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