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한국 전자 IT산업 융합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SK텔레콤의 소셜VR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가전뿐 아니라 ICT업계 전반의 흐름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전 세계 주요 가전·IT기업이 최신 기술과 제품을 최초로 공개하는 만큼 국내 관련업계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까지 건너갈 수 없었던 가전업계 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은 정식 출시를 기다려야 신기술과 서비스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CES에 참가했던 한국 기업들이 서울에서 다시 한 번 전시를 열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 전자IT산업 융합전시회’를 열고 CES에 참가했던 기업 제품을 다시 한 번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랩스 등 대기업과 웅진코웨이, 유진로봇, 디큐브랩, 키네틱랩 등 중견·중소 스타트업 36개 기업이 참가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기획돼 참가한 기업의 준비시간 자체가 부족했다는 점은 전시공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현장에 참가한 기업과 방문객들 역시 제대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해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졸속행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LG시그니처 OLED TV R. <사진=여용준 기자>

◇ TV·로봇 등…미래 주력 제품 대거 공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띈 제품은 TV와 로봇이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한켠에 초대형 마이크로LED TV ‘더 월’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모듈형 패널로 이뤄져 있어 이어붙이기만 하면 다양한 형태로 크기를 계속 늘릴 수 있다. 인공지능(AI) 프로세서가 장착돼있어 화면 비율과 해상도 등을 자동으로 맞춰준다.

LG전자는 부스 한 가운데 이번 CES에서 주목을 받은 ‘LG시그니처 OLED TV R’을 선보였다. 롤러블 패널을 장착한 이 제품은 평소에는 패널이 TV 아래 박스로 말려 들어가 있다가 TV를 볼 때 펼쳐지는 패널이다. 패널 크기를 자유자재로 맞출 수 있어 다양한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 

두 회사는 신기술이 탑재된 TV 외에도 프리미엄시장에 주력할 8K TV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에 돌입한 QLED 8K TV를 공개했고 LG전자는 CES에서 최초로 선보인 OLED 8K TV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 TV '더 월' 219인치. <사진=여용준 기자>

TV 외에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역시 로봇이다. 그동안 LG전자가 선보였던 ‘클로이(CLOi)’ 외에 삼성전자의 GEMS와 네이버랩스의 앰비덱스, 어라운드G 등 로봇들이 눈길을 끌었다. 앰비덱스는 사람 동작을 따라하는 지능형 로봇팔로 5G 통신을 통해 원격지 작업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로봇이다.

특히 CES 당시 로봇 연구개발에 협업하기로 한 LG전자와 네이버랩스는 앞으로 실내 지도 제작을 위한 맵핑 기술 연구와 안내로봇, 도서 진열 로봇 등 개발에 함께 할 계획이다.

이밖에 SK텔레콤은 홀로박스와 소셜VR 등 5G 시대 핵심기술들을 대거 선보였으며 코웨이는 공기청정기와 의류건조기, 안마의자 등 청정가전제품을, 유진로봇은 로봇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3D 라이다’ 등을 선보였다. 

국내 블록체인업체 중 유일하게 CES에 참가한 위즈블은 지난해 말 개발한 위즈블페이를 처음 선보였다. 거래소 시세정보를 실시간으로 적용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를 방문해 네이버랩스의 지능형 로봇팔과 악수하고 있다. 이 로봇팔을 이용하면 100kg이 넘는 물건을 손으로 밀며 이동시킬 수 있다. [연합뉴스]

◇ 文 대통령 “ICT산업 세계 선도 자신감”

앞서 오전에 행사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ICT 혁신과 제조업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기업인과 간담회를 갖고 CES에서 거둔 성과를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 165개국 4600여 기업이 출품한 전자·IT·가전 혁신제품 중 우리 제품들이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며 “미국 다음으로 많은 71개의 혁신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익히 실력을 아는 대기업·중견기업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스타트업·대학에서 출품한 제품까지 혁신상을 받아 더욱 기쁘다”며 “특히 갓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의 6개 제품이 혁신상을 받아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했다.

네이버랩스의 실내 지도 매핑 로봇 '어라운드G'. <사진=여용준 기자>

◇ CES 출시 제품 절반도 전시 못해

혁신기술들이 대거 소개됐지만 촉박한 시간과 협소한 공간 등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행사가 열린 DDP 알림 1관은 축구장 절반 정도 크기의 공간으로 전시행사가 열리기에는 다소 협소한 크기다. 게다가 행사 열흘 전 기업에게 통보돼 준비 기간도 촉박했다는 점은 참여업체들도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한 기업 관계자는 “준비 기간이 촉박해 우리가 가진 제품 시연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다"며 "공간도 협소해서 CES 때 선보인 제품의 절반도 전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경우도 클로이 로봇 일부 라인업이 빠지고 제품 수를 대거 줄였으며 유진로봇은 자율주행 물류배송 시스템인 ‘고카트120’을 시연하지 못했다. 네이버랩스 실내 자율주행 기술인 ‘어라운드G’ 역시 준비 시간 부족으로 시연하지 못했으며 전시 제품 수도 대폭 줄였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번 행사장은) CES에 선보인 제품을 모두 전시할 공간이 되지 않는다"며 "주요 제품만 전시됐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문객 역시 기대한 것보다 규모가 작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전시장을 찾은 한 방문객은 "새로운 TV나 혁신 제품을 봐서 신기하고 좋다"면서도 "다만 행사장이 너무 협소해 아쉽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방문객 역시 "행사장 곳곳에 급하게 준비한 티가 많이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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