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본점에 위치한 KB금융 보험복합점포가 29일 오후 영업시간에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윤현종 기자] 은행·증권업무를 하는 복합점포에 보험을 결합한 보험복합점포가 ‘계륵’ 신세다.

30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복합점포 제도가 도입 4년째지만 점포 수는 6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7년 11월 말 10곳에서 4곳 줄어들었다.

시범운영 당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각각 3개 지점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두 곳씩 철수해 한 곳씩만 운영하고 있다. 
NH농협금융과 KEB하나금융그룹은 기존 2개 지점을 유지하고 있으나 증설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기존 은행지주 자회사에만 한정하던 것을 2018년 1월부터 모든 금융사로 확대했지만 지난 1년간 개설된 보험복합점포는 없다. 반면에 은행과 증권업무를 결합한 복합점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KB는 지난해 복합점포를 15곳을 늘려 총 65곳을 운영 중이다. 신한금융과 KEB하나금융그룹도 각각 4개, 3개 증설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농협금융은 2015년 1월 은행·증권사가 결합한 복합점포를 국내 1호로 개점했다. [연합뉴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이 은행·증권과 영업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금융당국이 제대로 이해를 못 한 채 탁상행정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보험복합점포제도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고 보고 있다.

A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은 고객이 대출이나 재테크를 위해 지점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게 하는 방식으로 영업해 온 반면에 보험은 고객을 직접 찾아가 설명하고 알려주는 방식”이라며 “이런 유통방식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 하고 지점의 아웃바운드 영업 등을 허가해주지 않아 시작단계에서부터 실패가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아웃바운드 영업활동은 방카슈랑스 문제와도 직결된다. 금융당국은 당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방카슈랑스 규제 내 시범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시범운영 과정서 아웃바운드 영업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제도를 시행했다. A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모든 금융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없앴다고 하지만 업계가 보기엔 정부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도 점포만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B 보험사 관계자는 “인건비는 제쳐두고라도 건물 임대료, 인프라 유지·보수비 등 고정지출비용 조차도 못 맞출 정도로 보험복합점포지점 실적은 말하기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은 이해관계가 맞아 업무 효율성이 좋은 편이지만 보험은 칸막이 규제를 풀었다면서도 정부 스스로 설정한 칸막이 규제 때문에 영업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보험복합점포가 처한 현 상황에 대한 금융당국의 미온적 태도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C 보험사 관계자는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당국에 실적을 보고했지만 지난해에는 보험복합점포와 관련해 피드백이 전혀 없었다”며 “실적을 만회할 개선책이 없고 영업활동 규제도 풀어주지 않는다면 제도 상징성만 지닌 보험복합점포는 없애는 게 맞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2017년 11월 발표한 '보험복합점포 보험상품 시범판매 실적'. 2017년 상반기 이후 공식적으로 조사된 자료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2017년 11월 30일 ‘보험복합점포 시범운영 점검 결과 및 향후 개선방안’을 발표했으나 금융감독원에 확인한 결과 보험복합점포 개선책이나 보고 자료, 수익 현황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당시 보도자료 말미에 ‘앞으로도 이해관계자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해 필요시 보험복합점포 제도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2일부터 개선방안이 시행된 이래 개선책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지만 금융당국은 1년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실효성 없는 상징뿐인 보험복합점포를 철수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복합점포는 리스크 측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먼저 철수를 하지 않는 이상 보험업계는 실익 없는 보험복합점포를 놓고 금융당국 눈치를 계속 봐야 하는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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