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일명 ‘스텔스 통장’이 소리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아 존재를 숨길 수 있는 최첨단 전투기 ‘스텔스’에서 이름을 딴 통장이다. 스텔스 통장은 본인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든 조회가 안 되는 비밀 계좌다.

우리은행은 ‘시크릿뱅킹’, 신한·농협은행은 ‘보안계좌’, KB국민은행은 ‘전자금융 거래제한계좌’, 기업은행은 ‘계좌 안심서비스’, KEB하나은행은 ‘세이프 어카운트’라고 부른다.

비밀 계좌라고 해서 불법적인 용도로 활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의 들지만 오히려 금융사기 등을 예방하기 위해 2007년 출시된 상품이다. 이용이 불편해 ‘멍텅구리 통장’으로 불리며 외면 받았지만 최근 비상금 관리나 목돈 마련에는 유용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직장인 등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늘었다.

일반통장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 시 공인인증서로 접속하면 모든 계좌가 잔액과 거래 내역이 뜨지만 이 통장은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 본인 외에는 어느 누구도 이 통장을 이용할 수 없고 존재조차 알 수 없다. 수시로 입·출금하는 계좌 외에 예·적금, 펀드, 신탁, 외화예금 등 거의 모든 금융상품을 스텔스 계좌로 만들 수 있다.

보안이 철저한 대신 가입과 이용은 불편하다. 개설을 원하는 은행 지점에 직접 찾아가 ‘인터넷으로 조회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기존 계좌를 스텔스 계좌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가입 과정에서 휴대폰으로 인증번호를 입력하게 하는 등 은행별로 까다로운 본인 확인을 요구할 수도 있다.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연동해 쓸 수 있지만, 통장 주인조차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은 이용할 수 없다.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도 이용할 수는 있지만 본인이 직접 신분증을 지참하고 은행에 가야 조회나 입·출금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계좌를 개설한 지점에서만 거래가 허용되기도 한다.

지점 업무가 마감된 야간이나 주말에는 이용이 제한돼 급한 금융 거래가 필요할 때 불편이 뒤따른다. 또 ‘카카오뱅크’나 ‘K뱅크’ 같은 인터넷 은행은 지점이 없어 스텔스 서비스가 아예 제공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16개 은행 스텔스 통장 계좌는 28만 개가 넘어섰다. 이는 전체 계좌의 0.1% 수준으로 국민 30만명이 가까이 나만의 비자금을 마련해두고 있다는 얘기다.

스텔스통장은 ‘남편들의 비상금 통장’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이용자의 46%는 여성이다. 맞벌이가 늘었지만 소득을 따로 관리하는 부부가 적지 않은 데다 부부라도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강해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비밀계좌를 만들고 싶지만 직접 지점까지 찾아가는 일이 번거롭다면 ‘계좌 감추기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서비스는 스텔스 통장이 아닌 일반 계좌이지만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에서 계좌를 감출 수 있는 기능이다. 평소에는 계좌를 숨겼다가 금융거래가 필요할 때 잠시 서비스를 해제하면 된다.

모바일 터치 몇 번만으로 손쉽게 설정과 해제가 가능하고 마이너스 통장도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하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대부분 계좌 감추기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보안이 우려되거나 자신만의 비밀계좌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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