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최근 스타벅스 매장에 가면 괜히 눈치가 보인다. 직원 눈에 비친 기자는 음료도 안 사고 자리를 차지하는 얌체 방문객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최소한 매장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런 오해를 받을 게 분명한데, 매장에 20분 이상 있지 않은 경우라면 음료 없이 앉아 있다가 마지막에 ‘테이크 아웃’을 주문한다.

다회용컵에서 종이컵으로 음료를 옮기지 않으려는 일종의 자구책이다.

사실 머그잔에서 일회용 잔에 옮기는 과정은 번거롭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불편한 지점이 아니다. 마시다보면 음료가 애매하게 남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버리거나 모두 마셔버리도록 내몰리는 순간이 싫다. 일할 때 커피 의존도가 높은 사람으로서 애매하게 남은 커피 처리 문제는 밥 한 두 숟가락 남았을 때보다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시행령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으로 한정돼 있지만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건 모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기로 한 것이다. 종이컵도 마찬가지다. 일회용품을 줄이겠다는 저희 취지는 좋은 것 아니냐”며 일괄 금지 이유를 밝히고 있다.

여기서 반전이 있다. 요즘 스타벅스를 방문하면 티를 마시는 이가 부쩍 많아졌다. 스타벅스는 티백을 뜨거운 물에 우려낸 후 꺼내 담을 일회용 미니컵을 제공하고 있다. 커피빈이나 할리스 커피 등 타 브랜드는 다회용기를 내주는 게 일반적인 것과 비교된다.

이 뿐 아니다. 스타벅스는 매장별로 오전과 오후 시음·시식 행사를 하는데, 이 때 역시 일회용 미니컵에 담아 제공한다. 또 음수대 옆에도 다회용 플라스틱컵이 아니라 종이컵을 비치해놓고 사용토록 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전국 1250개 매장인 점을 감안하면 50개씩만 계산해도 하루 6만잔 이상 종이컵이 매장 내에서 사용되는 셈이다.

미니 종이컵은 판매되는 것이 아니니 모니터링 때 제외하는 것일까. 오늘도 스타벅스의 이중적 태도에 ‘열폭(열이 폭발한다)’ 하면서도 시식용으로 미니 종이컵에 담아놓은 치즈케이크를 집어와 먹고 있는 이중적인 자신이 있다. 스타벅스는 그런 공간이다.

스타벅스에서 티메뉴를 주문하면 티백을 꺼내놓을 미니종이컵을 준다.

 

스타벅스는 시음·시식 때 미니종이컵에 담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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