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독려했지만 포털 사이트 1위 기업 네이버가 공식적으로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혀 다음 주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3일 오후 금감원 본원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를 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 신규인가 추진방안에 따라 주주구성과 사업계획 혁신성, 포용성, 안정성 등을 중점 평가할 수 있도록 일부 평가항목의 배점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명회에는 핀테크기업을 비롯해 금융회사·법무법인·회계법인 등 다양한 분야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가신청 단체를 살펴보면 핀테크기업(13곳), 일반기업(7곳), 금융회사(21곳), 비금융지주(3곳), 법무법인(5곳), 회계법인(3곳), 시민단체(3곳) 등 55곳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 참가신청 현황

이 자리에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 도전 의사를 밝힌 교보생명·키움증권·SDI홀딩스 뿐 아니라 신한지주·하나금융그룹·농협금융지주·KB금융지주·교보·롯데카드·비씨카드 등 금융사와 함께 아이티센·다우기술 등 정보기술(IT) 업체도 참석했다. 금융 감독당국은 구체적인 참석 명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21일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23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뱅킹 환경이 아주 잘 마련돼 있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또한 이미 잘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네이버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인터파크와 NHN엔터테인먼트 등도 최근 줄줄이 사업 불참 의사를 드러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보다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은행 진출을 유보하고 내실 강화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불참사유를 설명했다.

4년 전 인터파크와 컨소시엄을 꾸린 NHN엔터도 인터넷은행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NHN엔터 관계자는 “처음부터 제3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정보 공유차 23일 설명회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사업 참여로 추측하는 보도가 나와서 설명회조차 안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신 교보생명·SBI홀딩스·키움증권이 컨소시엄 형태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던졌다.
SBI홀딩스 관계자는 “일본에서 운영하는 인터넷은행 ‘SBI스미신넷뱅크’가 업계 1위”라며 “일본에서 이 사업을 하고 있어서 한국 인터넷은행을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SBI홀딩스는 우리나라에서 SBI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기타오 요시타카 SBI홀딩스 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친분으로 시작한 인터넷은행에 대한 공통된 관심사가 컨소시엄 구성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을 검토 중이며, 오늘 설명회에도 참석한다”고 밝혔다. 다만 교보생명은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2015년에도 KT·우리은행과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다가 막판에 발을 뺐다.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이다. 1차 인가에서 지분율 규제로 신청을 포기한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증권사로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키움증권은 다우기술, 혁신 ICT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개인투자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신한은행·농협은행도 제3·4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적극적이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기준 설명회에서 참가자들이 김병칠 은행총괄팀장의 심사기준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이슈는 네이버·인터파크 등이 불참을 선언하며 동력을 잃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ICT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시큰둥한 이유로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꼽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햇수로 3년이지만 두 은행을 이끄는 대표 ICT 회사인 KT와 카카오는 각종 규제로 여전히 대주주 자리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금융당국의 각종 보이지 않는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보면서 은행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몇 년 사이 핀테크가 크게 발전한 것도 ICT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뛰어들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소다. 특히 규제샌드박스가 본격화하면 핀테크 업체들이 할 수 있는 사업들도 지금보다 다양해질 전망이다.

은행이 아니어도 핀테크에 투자하면 ICT 기업이 금융과 결합해 누릴 수 있는 각종 시너지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천억원을 투자해 각종 간섭 속에 은행업을 하는 것보다 간편결제 등 핀테크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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