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희룡 제주지사가 21일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원 지사의 혐의에 대해 벌금 150만원형을 구형했다.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게 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블록체인 특구 사업이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희룡 지사가 준비해 온 블록체인 특구 조성사업이 원 지사와 제주도의 여러 사정과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멈춘 상태다.

제주도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면세품목 환급 처리 시범사업과 도민 신분 증명 서비스, 공유경제 정산 서비스 등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원 지사는 지난해 8월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코리아가 개최한 후오비 카니발에 참석해 블록체인 특구에 대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제주도 블록체인 특구 조성사업에는 조국봉 후오비코리아 의장과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 등 국내외 블록체인 인사가 참가의사를 밝혀 업계에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조 의장은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블록체인 허브를 구축하면 후오비코리아가 가진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블록체인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대해 자문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도 후오비코리아를 포함한 블록체인 관계자들을 제주도로 초청해 블록체인 특구 조성에 대해 함께 논의하자고 전했다.

또 원 지사는 당시 ‘혁신경제관계장관 및 시도지사 연석회의’에서 제주도의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원 지사는 “제주국제자유도시를 블록체인·암호화폐 특구로 지정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제주도,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또 제주지역 내 암호화폐 거래소 활동을 보장하고 제주지역 내 블록체인 기업 활동을 허용해줄 것도 건의했다.

원 지사와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논의한 후오비코리아 측은 언제라도 준비가 돼있다는 입장이다. 후오비코리아 관계자는 “블록체인 특구 조성은 제주도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면 거기에 필요한 부분을 우리가 돕는 방식"이라며 "제주도가 본격적인 추진 의사를 밝힌다면 언제라도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별 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제주도의 블록체인 특구 조성사업이 멈춘 것은 제주도 안팎 사정과 정부 규제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원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따른 재판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1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원 지사에게 벌금 150만원형을 구형했다.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게 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제주 영리병원 관련 갈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했다. 그러나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1일 해당 병원의 건물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개원을 허가했다며 조례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짜미’와 ‘콩레이’ 등 연이어 북상한 태풍 영향으로 피해가 이어지면서 이를 복구하는데 집중해 사업 추진이 늦어지기도 했다.

블록체인 특구 조성이 어려움을 겪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의 가상화폐 공개(ICO) 규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블록체인 특구의 가장 큰 목적은 ICO의 제한적 허용이다. 그러나 정부는 ICO뿐 아니라 거래소 공개(IEO)와 증권형토큰공개(STO) 등 자금조달 방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올 상반기 중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특구법 개정에 맞춰 4월 중순 이후 블록체인을 포함해 화장품과 전기차에 대한 특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제주도에 조성될 블록체인 특구가 ICO 자유구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는 “제주도에 거래소를 설치하고 가상화폐 자금모집에 대한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특구는 ICO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블록체인 전문인력 양성 등 효과가 있어 지자체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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