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싱가폴에서 열린 '아세안 스마트시티 전시회' 한국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한효도(가명)씨는 최근 부모님께 자율주행 트랙터를 사드렸다. 매일 꼭두새벽에 일어나 김 매러 나가는 부모님을 대신해 자율주행 트랙터가 정해진 시간에 스스로 밭을 간다. 날씨에 따라 자동으로 공급하는 물을 조절하고 농작물 생육을 진단해 관리방법을 알려준다. 굽은 허리로 밭일하는 부모님이 늘 안쓰러웠는데 기술 발전이 이런 식으로 효도를 도와줄지는 몰랐다.

#나귀농(가명)씨는 가을 수확철 극성을 부리는 고추도둑을 걱정하지 않는다. 예전에 말린 고추를 서리맞는 일이 허다했지만 요즘은 그런 일이 없다. 마을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방범알람을 달았다. 노인만 있는 동네에 ‘스마트 빌리지’라는 것을 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두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

스마트시티가 스마트빌리지로 확산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기술로 도시 주거환경·교통·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시티가 고령화·농가소득 감소·방범 취약 등 특징을 안고 있는 농어촌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최근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 사업’을 공고했다.

‘도·농간 교육·의료·복지·문화 격차를 줄여 나가는 일이 국가균형발전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정부 국토균형발전 비전에 따라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마을현안을 해결하고 생활편의를 개선하는 서비스로 주민 삶 향상과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비는 30억원이고 올해 말까지 우선순위를 고려해 2개 과제를 선정해 추진한다.

현재 농촌은 인구 고령화와 젊은 층 이촌 현상이 지속되면서 농가인구 감소, 고령·독거노인가구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농업인구는 2010년 300만명에서 2016년 240만명으로 18.5%줄었다. 하지만 65세 이상 농촌인구 비중은 지난 2010년 31.6%에서 2016년에는 40.3%까지 증가했다.

농가 고령화와 후계인력 부족, 자본투자 부진 등은 농촌 체질 약화로 이어진다. 게다가 수입증가로 인한 국산 농산물 소비 정체와 농가 경영비 상승 등으로 농가소득이 줄어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는 확대되는 추세다. 도시 대비 농가소득은 2000년 81%에서 2015년 64.3%로 16.7%포인트 하락했다.

농촌 경쟁력 약화는 교통·안전·환경·건강 등 생활환경 서비스의 도농 간 격차도 벌렸다. 농촌 인구감소로 인해 적자 버스노선이 폐지되고 취약한 방범·보안에 따른 농촌 빈집털이와 농산물 절도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추산 농축산물 절도 피해액은 2012년 77억원에서 2016 14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밖에도 폐금속 광산, 가축매몰지 등으로 지하수·중금속 오염과 축산시설, 공장 등으로 인한 악취 민원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폐금속 광산의 81.6%가 농촌 읍면지역에 분포한다. 

정부는 농어촌 문제 해결을 위해 스마트 빌리지를 착안했다. NIA가 구상하는 스마트 빌리지 서비스는 크게 농작물 생산성향상, 마을 안전강화, 주민 생활편의로 나뉜다.

농작물 생산성 향상 부문에서는 자율주행 트랙터를 제시했다. 자율주행 트랙터는 스스로 궤도주행을 하고 영상분석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작물 생육 진단도 가능한 운영지원 플랫폼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

마을 방범과 오염알림 부문에서는 스마트 CCTV·가로등 기반 가정, 농산물 훼손·절도 등에 대한 마을 방범 서비스, IoT 센서를 활용한 분진‧폐수 등 환경오염 실시간 측정 및 초동대응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생활편의 면에서는 자율주행 미니버스 등을 활용한 마을(3km 내) 관광 안내 서비스, 폐비닐‧농약병 등 농어촌 쓰레기를 자동 압축한 후 적재량을 확인해 수거 시기, 수거경로 알림 제공 서비스, 마을 단위 태양광 에너지 전력량 분석‧관리, 설비 고장 사전 예측 및 대응 서비스 등이 있다.

해외에서도 스마트빌리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선진국은 농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도 등 개발도상국은 농촌 빈곤퇴치를 목표로 스마트 빌리지 추진하고 있다.

NIA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공동농업 정책(CAP), 다년도 농촌개발프로그램(RDPs)과 유럽농업농촌개발기금 등 스마트하고 경쟁력 있는 농촌 구축을 위한 스마트 빌리지 개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인도는 농촌개발정책(SAGY)을 통해 의회 구성원에게 자신의 대표구 안에 스마트 빌리지 구축을 의무화 했다. 인도는 2017년 이스트고다라리 지역과 모리 마을을 첫 번째 스마트 빌리지로 추진했다.
말레이시아는 2020년까지 132개 스마트 빌리지(21st Century Village) 구축을 목표로 총 3900만달러(약 440억원)를 투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도 스마트 빌리지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 중이다. 코카콜라는 독일회사 솔라키오스크와 협력해 태양광 키오스크 ‘에코센터’를 개발해 농촌지역 여성 주거환경과 생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2021년 스마트시티 관련 세계시장은 1조6900억달러(약 190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시장은 151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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