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늘 심각한 사회문제다. 요즘에는 특히 디지털 성범죄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법적·제도적인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형사전문변호사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짚어보면서 법률, 판례, 사례 등을 함께 다루며 정확한 법률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유죄가 인정되면 그 결과로 형벌에 처해지게 된다.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경우 피고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떠한 형이 선고되는지, 즉 양형에 관한 것이다. 자신에게 무슨 죄가 인정되었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피고인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형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처벌규정은 ‘몇 년부터 몇 년 사이의 징역, 얼마부터 얼마까지의 벌금에 처한다’는 방식으로 형벌의 범위를 정해두고 있다. 실제 선고되는 형에 있어서 법관의 재량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형벌의 범위는 여러 사유에 의하여 가중되거나 감경될 수 있다. 형이 감경되는 사유로는 이른바 ‘정상참작’으로 잘 알려진 작량감경과 법률의 규정에 의한 감경이 되는 법률상 감경이 있다.

이른바 ‘주취감경’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하였다는 이유로 정상참작이 되기도 하며, 음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는 이유로 법률상 감경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특히 준강간, 준강제추행 등 술이 문제된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들은 ‘술을 마시고 실수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 주취감경이 적절한가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과거 ‘조두순 사건’과 같이 잔혹한 성범죄에서도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주취감경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술을 마시고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자기 조절이 안 되면 형을 오히려 늘려야 하는데, 왜 줄여주냐는 것이다. 최근에 ‘조두순 사건’과 유사하게 창원에서 50대 회사원 A씨가 이웃집 유치원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A씨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음주로 인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이 낮아지는 것일까. 작년 말 개최된 ‘음주와 양형’ 학술대회 결과에서 발표된 통계분석 결과에 의하면, 음주 후 성범죄에 대한 양형은 오히려 술을 마시지 않은 경우보다 높은 경향을 보였다. 술을 마시지 않은 경우에는 평균 징역 18개월이 선고된 반면, 술을 마신 경우의 평균 형량은 약 26개월로 더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취감경과 관련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세다. 특히 조두순이 곧 출소한다는 소식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서는 이러한 주취감경 폐지 요구가 더욱 가열되었다. 더 이상 술이 범죄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음주 등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 주취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결국 담당 법관의 재량에 따라 주취감경을 할 수도 있으므로,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4일 강력범죄 등을 저지른 사람이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고도 감형되지 않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하였다. 

성범죄의 형량이 강화되던 초창기에는 형량이 너무 과도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판사가 술을 먹인다’라는 농담과 같이 주취감경이 일상적으로 적용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범죄 자체의 형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저지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술을 마시고 실수한 것 같다’라는 변명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술을 과도하게 마신 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현중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사법연수원 수료
-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現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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