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광 LED를 직접 생쥐 머리에 비추자 해마에 발현된 PA-Flp 단백질이 활성화 된 모습.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국내 연구진이 살아있는 생쥐의 머리에 빛만 비춰도 생쥐 뇌 유전자 발현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매우 약한 빛에도 반응하도록 유전자 재조합 효소를 설계해 원하는 위치와 타이밍에 효소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또 많은 시간과 재원이 소요되는 유전자 변형 실험 모델을 만들지 않아도 특정 유전자 발현을 유도할 수 있어 활용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Flp 유전자 재조합 효소’(PA-Flp 단백질)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활성화된다. 수술이 아닌 LED 빛을 쏘는 방식만으로도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할 수 있어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PA-Flp 단백질’은 유전자를 자르고 재조합하는 기능을 지녀 유전자 형질 전환 실험모델을 만드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돼 왔다. 광유전학 기술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빛 없이도 스스로 조립돼 제어가 어려웠다. 뇌 속으로 빛을 직접 전달하려면 광섬유를 집어넣는 수술 과정도 필요했다.

IBS 연구진이 개발한 광활성 ‘PA-Flp 단백질’은 비활성화 상태에서도 빛을 받으면 결합되면서 활성화된다. 연구진은 단백질 공학을 통해 기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Flp 재조합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위치를 찾는 힌트를 얻어 ‘PA-Flp 단백질’을 설계했다. 

‘PA-Flp 단백질’은 매우 적은 양으로도 반응하는 민감도를 지녔다. 연구진은 기억을 관장하는 쥐의 뇌 해마 부위에 이를 넣은 뒤 약 30초 동안 LED를 머리 부분에 비추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생쥐 뇌의 깊은 조직 영역에 도달하는 매우 적은 양의 빛으로도 ‘PA-Flp 단백질’이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다. 생쥐에게 쏜 빛은 1-2mW/㎜²로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의 손전등 혹은 발표 시 이용하는 레이저 포인터 정도의 세기다. 연구진은 물리적 손상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비침습성 방식으로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은 신희섭 단장이 이끄는 사회성 뇌과학 그룹과 공동 연구를 통해 행동을 재현하고 검증하는 실험에 나섰다. 

해마보다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내측 중격(~3.5㎜)에는 칼슘 채널이 존재하는데 이 칼슘 채널의 발현이 억제되면 물체를 탐색하는 능력이 증가한다는 기존의 연구에 착안해 실험을 설계했다. 뇌 내측 중격은 기억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와 연결된 부위를 말한다

연구진은 내측 중격에 PA-Flp 단백질을 도입하고 LED 빛을 쏘자 칼슘 채널의 발현이 억제됨을 확인했다. 실제 PA-Flp 단백질이 활성화된 실험군은 물체를 탐색하는 능력이 대조군에 비해 훨씬 커져 물체 주변으로 더 많은 움직임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는 빛으로 원하는 타이밍에 유전자를 자르고 재조합하는 효소를 개발해 향후 광유전학에 응용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또 광섬유를 심는 별도의 수술 없이도 연구자가 사용하기 간편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8일 오후 7시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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