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2019년을 규정하며 가장 자주 강조하는 용어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일 것이다. 지난해 우리 대통령은 3.1절 기념식에서 3.1운동의 정신이 2017년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주권운동으로 되살아났다고 규정했다. 특히나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2019년 3.1운동 100주년 남북공동으로 행사를 갖자고 제안하고 동의를 얻었다.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하고, 이를 위한 실무적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구체적인 문구로 합의했다. 이번 100주년 행사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북한과도 함께 하는 공동행사로 진행될 모양이다. 일제 강제노역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일본이 촉발시킨 동해상에서의 레이더 논란으로 점입가경의 한일관계인데, 올해도 한일관계는 편안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남북공동행사로 한다니, 이를 계기로 지난해 연말 무산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이 때가 아니겠냐는 추측도 분분하다.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답방이 이뤄지는 것이 순서라고 지난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어, 김영철의 워싱턴 D.C 방문 이후, 핵협상이 진전되고 북미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탄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학문적으로 3.1운동은 한국 역사에 있어서 민족주의 운동의 출발점으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서구의 그것과 구분되는데, 무엇보다 기원부터 다르다. 서구의 민족주의는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출현하고 이를 기반으로 근대국가가 구축(nation-state building)되며 만들어진 ‘상상의 공동체’로 규정되곤 한다. 그래서 서구의 이것을 국민주의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민족주의는 혈연과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민족이라는 실체가 먼저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민족 공동체인 국가가 외세로부터 존립을 위협받게 되면서 발화된 의식으로 본다. 이렇게 서구와 다른 역사적 연원에 따라 우리에게 ‘민족’이라는 담론은 이성적 잣대를 뛰어 넘은 강력한 힘을 갖는다. 

▲ 남북의 민족주의는 동상이몽
학술적으로 민족주의 개념이 매우 추상도가 높아, 반봉건주의와 같은 다양한 하위 개념들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가장 보편적인 요소는 ‘반외세’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어서 3.1운동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한민족의 국가 회복능력과 국가 구성능력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자랑스러운 역사적 발자취이다. 또 한국 기독교계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중 절반인 16인이 참여한 것을 자부심으로 여기고 애국종교로서 기독교임을 강조한다. 이 전통은 현재 보수진영의 핵심그룹중 하나인 기독교 보수 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민족주의는 우리의 민족주의와 같은 듯 다른 맥락이다. 북한의 ‘우리끼리’ 민족주의의 한 요소가 반일민족주의여서 남북한이 별다른 진통 없이 합의될 수 있는 부분이 반일을 위한 공동행동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우리끼리’ 민족주의는 反日만 아니라 反美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북한에게 있어서 6.25 남침 전쟁을 미제국주의 점령지역인 남한을 해방시키기 위한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 3.1운동 100주년 공동행사가 남남갈등의 장이 될라
여기서 우리의 민족주의 정서는 불편해 진다. 반일민족주의를 흔쾌히 동의한 국민들 중에는 여전히 북한과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부르기를 꺼리는 안보 진영도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3.1운동의 주도세력이었다고 자부심을 갖는 기독교계의 상당부분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다. 더욱이 반일은 정서적으로 수용할지라도 반외세에 미국이 포함되는 것은 더욱이 불편해 하는 국민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독교 보수,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애국 보수 세력을 비롯한 많은 보수 진영은 2019년 3.1절 100주년 행사를 따로 개최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정부가 추진하는 3.1운동 100주년 행사는 어쩌면 한국 국민 모두의 행사가 될 수 있었음에도 남한에서는 반쪽이 빠지는 대신에 북한 당국자 몇몇이 합류하고 평양과 서울 이원 생방송 정도가 될 ‘우리민족끼리’ 행사가 될 것이 우려된다. 온 국민이 한껏 자부심을 표출할 100년 만에 찾아온 행사가 해묵은 남남갈등의 장이 되지 않길 바란다. 바라건대 3.1운동의 장엄한 민족의 기상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그 자부심으로 길을 찾지 못하는 한일갈등도 극복해 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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