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왼쪽)가 10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5G 장비 생산 현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7년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7월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8월에는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경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남이 이뤄진 바 있지만 이 총리가 4대 그룹 총수를 독대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낙연 총리는 10일 오후 4시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5G생산공장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에는 이 총리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장석영 과기정통부 통신정책실장이 함께 참석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윤부근 부회장, 이인용 고문, 노희찬 CFO 등이 이 총리와 정부 인사들을 맞이했다. 

이낙연 총리는 방명록에 “반도체에서 그런 것처럼 5G에서도 삼성이 선도하길 바란다”고 작성했다. 

이 총리는 전재호 네트워크사업부 글로벌테크놀로지 서비스팀장(부사장)과 강호규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으로부터 5G 장비 및 반도체 생산 현황을 보고 받았다. 

이 총리는 보고를 받은 뒤 “반도체 부문에서 지난해 1267억달러에 이르는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달성한데 이어 5G 부문에서도 통신장비를 선도적으로 개발해 세계시장을 적극 공략한 삼성전자의 노력에 대해 감사하다”고 치하했다.

이 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한국이 5G 세계 최초 신기록을 개척하고 있다”며 “그동안 그런 기록에 합당한 장비 생산이 될지 걱정이 있었는데 이 부회장 연초 행보를 보고 많은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4㎞밖에 안 떨어진 용인 소기업 집적센터를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삼성 5G 네트워크 장비 생산라인도 개소해서 가는 김에 두곳 다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이후 반도체 관련 걱정스러운 보도가 나오면서 오게 된 목적이 조금씩 불어났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지난해 우리 반도체가 1267억달러를 수출했다. 단일 부품으로 1000억달러 이상을 한해 수출하는 것은 어떤 선진국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라며 “누가 뭐래도 삼성의 역할이 절대적이었고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의 위용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고 삼성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이 총리의 당부에 대해 "때로는 부담감도 느끼지만 국내 대표기업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며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가다듬고 도전하면 5G나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성장산업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해야만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생의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겠다"며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 미래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행사를 마친 후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께서) 일자리나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계시고 때로는 부담감도 느끼지만 국내 대표기업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이 부회장의 발언 내용을 직접 전했다.

이어 "오늘 5G 장비 생산계획, 3월로 예정된 5G 최초 상용화에 부응할 수 있는지 반도체가 당면한 어려움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등등의 이야기를 관심있게 물었다"며 "삼성다운 비전과 자신감을 들었다"고 간담회 내용을 소개했다.

이 총리는 정부의 지원방향에 대해서는 "특별히 오늘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며 "5G와 관련해선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 감면 등 지원책이 있으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리의 모두발언 이후 약 40분간 비공개로 간담회가 진행됐으며 이후 5G 제조동으로 이동해 생산라인을 둘러본 것으로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가 10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5G 장비 생산현장을 방문, 임석해있다. 왼쪽 두번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최근 5G 네트워크 장비에 역량을 집중한 가운데 이 총리의 이번 방문으로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올해 첫 경영일정으로 수원 디지털시티 5G장비 생산라인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새롭게 열리는 5G시장에서 도전자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5G 네트워크 장비 생산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했다. 스마트팩토리는 정부의 8대 선도 신산업에도 포함되는 만큼 이에 대한 관심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8대 신산업 중 스마트팩토리·산단, 미래형 자동차, 핀테크, 바이오헬스 등 4개 산업에 대해 내년 말까지 현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낙연 총리까지 이 부회장과 만남을 가지면서 정부와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확실히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따서 만든 '호암상'에 국무총리가 늘 참석했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지난해 6월 호암상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국무총리나 국회의장, 헌법재판소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으나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난 후 발길이 뜸해졌다. 호암상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총리는 2016년 황교안 전 총리다. 2017년과 지난해에도 삼성전자 경영진을 제외하면 총수 일가와 정·관계 인사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정부의 냉랭했던 관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인도 뉴델리 노이다공단에 만들어지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대기업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국내에도 투자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8월에는 김동연 당시 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 부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당시 이 부회장은 김 부총리에게 바이오 산업 관련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달에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정부에 화답했다. 특히 이 중 13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후 문 대통령의 방북 경제인단에도 합류해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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