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제작한 한국형 원전 주기기.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신한울 3·4호기 착공이 2년째 미뤄지면서 두산중공업과 한국수력원자력 간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7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호소하는 온·오프라인 서명이 12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건설 종료를 둘러싼 두산중공업과 한수원 간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신고리 3·4호기,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에 이어 네 번째로 건설되는 한국형 원전(APR 1400)이다. 하지만 3호기는 2022년 12월, 4호기는 2023년 12월에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이 미뤄졌다.

현재 전체 공정률은 약 30%인 이 원전에 두산중공업이 투입한 비용은 설계비, 관리비, 용역비, 지역지원금 등을 합치면 6000억~8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양측의 법적 문제가 쉽사리 풀리지 않으며 문제 해결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갈등의 불씨는 한수원이 먼저 당겼다. 한수원이 지난해 공개한 반기보고서에는 신한울 3·4호기 백지화에 따른 영업 외 비용 7282억원이 2분기에 미리 반영된 바 있다.

한수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주기기 제작업체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향후 주기기업체와 소송이 발생하면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패소할 가능성보다는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지난해 10월 29일 국정감사에서 두산중공업이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도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건설 종료 시점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수원 관계자는 “보상 문제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며 어느 시점에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돼 사업 종료가 의결될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신한울 3·4호기는 전기사업법 제12조에 따라 2017년 2월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상태다. 따라서 2021년 2월까지 착공을 못하면 정부가 직권으로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그간 신한울 3·4호기를 위한 원자로, 증기 발생기, 터빈 발전기 등을 제작했다. 두산중공업이 주장하는 사전제작 비용은 4950억원이고 한수원이 추정하는 비용은 3230억원으로 금액 차가 크다.

또 한수원이 두산중공업 주장대로 돈을 지급해도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 의사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손실을 미리 인식하는 게 분식과 다를 게 뭐냐”며 당시 반기보고서 문제를 꼬집었다.

양측 의견 차이가 큰 손해배상 비용은 소송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 역시 2년은 걸릴 전망이다. 한수원이 지연작전을 펼치든 법정 소송으로 가든 결국엔 정부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경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두산중공업은 몸집 줄이기에 비상이 걸렸다.

두산중공업은 올해부터 원자력 BG와 주단 BG를 ‘원자력 BG’ 한부서로 운영키로 했다. 상반기 과장급 이상 직원 약 2400명을 대상으로 유급 순환휴직을 할 계획이다. 또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조기 퇴직 적용 나이를 기존 만 56세 이상에서 만 50세 이상으로 낮췄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주액은 3조6914억원으로 연간 목표 6조9000억원의 54%에 그쳤다. 연간 수주액은 2015년 7조5122억원, 2016년 9조534억원, 2017년 5조510억원으로 줄고 있다.

두산중공업 한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발전 부문이 급격히 둔화하면서 영업이익이 85.5% 급감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원전계에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위원장은 “준비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으로 국민이 받게 될 고통을 고려하지 않으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신고리 5·6호기처럼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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