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상태바
과학이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씨네마 사이언스] ‘마션’ vs ‘터널’, 과학보다 중요한 인간존엄성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9.01.05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마션'.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2015년 10월 개봉한 영화 ‘마션’은 조난영화치고는 꽤 유쾌한 작품이다.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조난영화 클리셰인 인간승리와 가족애가 주는 진한 감동보다는 척박한 땅인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건을 갖추는 일과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을 다루고 있다. 

큰 갈등도 없고 심지어 우주괴물도 등장하지 않지만 ‘마션’은 ‘유쾌한 생존영화’라는 기괴한 수식어를 달고 세계에서 6억2000만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48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 해 관객순위 14위에 올랐다. 

2016년 8월에는 ‘마션’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는 한국영화가 개봉했다. ‘끝까지 간다’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은 김성훈 감독의 영화 ‘터널’이다. 평범한 자동차 영업사원인 정수(하정우)가 우연히 무너진 터널에 갇히게 되면서 터널 안에서 생존하는 과정과 그를 구하기 위한 외부 노력을 다뤘다. 

조난영화라는 점에서 ‘마션’과 ‘터널’은 닮은 구석이 있지만 두 영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모두가 한 마음이 돼서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던 영화 ‘마션’과 터널 구조작업이 지연되면서 경제적 악영향과 교통불편을 걱정하는 인간군상을 보여준 영화 ‘터널’. 

두 영화는 모두 픽션이다. 가상의 이야기이긴 하나 대중 앞에 선보일 수 있었다는 점은 그만큼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에 공감을 얻었음을 의미한다. 

‘마션’처럼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온 나라가 움직이는 이야기는 미국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생명 앞에서 부조리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 ‘터널’은 한국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마션’같은 이야기가 한국에서 나온다면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감동받고 공감할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같은 가치관 차이를 보여준 영화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웰메이드 전쟁영화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역시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나라가 움직이는 이야기다. 그리고 방은진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한 사람을 구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준 영화다. 

영화 '터널'. <사진=쇼박스>

어쩌면 우리는 꽤 오래 전부터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왔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와 국민은 나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줄까”라고 물어본다면 섣불리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 어렵다. 

여기에 질문 하나를 더해보자. 내 가족이나 연인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그 불안과 아픔에 함께 공감해줄까. 영화 ‘터널’에는 사고로 터널에 갇힌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에게 정부 관계자가 “이제 그만하자”고 설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정부 관계자(박혁권)는 설문조사가 반영된 자료를 들이대며 “국민 65%가 이제 그만하자고 말합니다”며 세현을 설득하려 한다.

가족이 의문의 죽음을 당해 왜 죽었는지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은 쉽게 “이제 잊으라”는 말을 한다. ‘마션’에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구조작전이 펼쳐질 때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장면은 우리에겐 너무 판타지였다. 

과학은 우리를 이롭게 한다. 구조작전을 원활하게 할 드론이나 통신장비들이 연이어 개발되고 있다. 5G 시대를 대비한 공공 안전장비는 우리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인명을 구하는 일은 기계보다 사람의 윤리의식이 하는 일이다. 최첨단 구조장비를 갖추고도 예산과 시간을 운운하며 가동시키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만약 ‘마션’을 한국에서 만들었다면 마크가 스스로 화성에서 탈출해 우주에서 조난된 뒤 가까스로 구조되거나 정부 명령을 어긴 동료들의 목숨을 건 구조작전으로 겨우 살아남았을 것이다. 혹은 그보다 더 절망적인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쿠르스크’는 2000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실제 잠수함 침몰사고를 다룬다. 당시 침몰한 잠수함에는 다수의 승조원이 오랜 시간이 살아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러시아 정부는 보안과 자존심 때문에 해외 원조를 거부한다. 결국 오랜 시간 뒤 노르웨이 정부 도움으로 구조작을 진행했지만 모든 승조원이 사망한 뒤였다. 

주변국가에서 최첨단 구조장비로 도와주겠다고 말했음에도 도움을 거절한 러시아 정부 태도가 부른 참사였다. 이런 일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