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해외 유출자' 징계 강화…손해액 최대 3배 배상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앞으로 산업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면 최대 3배까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특히 영업비밀 유출 시 15년 이하 징역을 선고받거나 15억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관련 법제가 강화된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3일 개최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산업기술 유출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산업부는 “한국은 반도체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매년 20건 이상의 기술 해외유출‧시도 사례가 적발되고 있지만 기술보호 체계가 기술탈취형 M&A 시도에 취약하고 유출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이 관대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면서 “산업기술 유출 근절을 위해 산업부, 특허청,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논의해 4대 분야, 20개 과제로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책에 따르면 먼저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관리체계가 강화된다. 정부는 현재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국내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할 때 자체개발한 경우는 사전 신고토록 하고 국가R&D를 지원받아 개발한 기술이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반면 외국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경우는 자체개발한 기술을 보유해도 신고 의무가 없는 상황이다. 국가R&D 지원을 받았을 경우만 사전 신고토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탈취형 M&A 대응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대책을 통해 해외 인수‧합병을 할 때도 기술수출과 동일하게 변경됐다. 해외 인수‧합병 시 자체개발한 경우 사전 신고토록 하고 국가R&D 지원을 받은 경우 사전 승인을 받도록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키로 했다.

산업부는 또한 다른 부처와 공공기관이 업무수행 중 취득한 국가핵심기술에 대해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정보공개의 제한적 요건을 설정하고 정보공개 심의 시 산업부와 협의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보통신, 자동차‧철도, 반도체, 조선, 철강, 기계, 원자력 등 12개 분야 64개 기술로 지정된 국가핵심기술을 AI, 신소재 등 신규업종으로 확대·지정하고 영업비밀 범죄 구성요건을 완화해 기술보호 범위를 넓힌다.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해 중요 산업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보안컨설팅 등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적용하면 적용 대상은 2018년 170개사에서 2019년 200개사로 늘어난다.

산업기술 침해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현재 일반 산업기술 유출과 동일한 처벌기준(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받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해 최소형량(3년 이상)을 설정해 처벌기준을 강화한다.

영업비밀의 해외유출 또한 처벌기준을 ‘10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에서 ‘15년 이하 징역, 15억원 이하 벌금’으로 확대한다.

산업기술 유출과 영업비밀 유출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최대 3배까지 손해를 배상하게 한다. 또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해외유출 범죄로 얻은 수익과 수익에서 증식된 재산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범죄수익은닉규제법’도 개정키로 했다.

재판과정 관련 피해기업에 불리한 제도를 개선한다. 산업기술 유출 사건의 경우 기술적 내용이 많아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사건의 경우 수사검사가 공소를 유지키로 한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피해기업의 입증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피해액 산정 등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이 유출자에게 제출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도입할 예정이다.

유출여부를 다투는 과정에서 유출자가 원고가 제출한 기술자료 등 소송기록을 열람·등사할 경우 2차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법원이 피고의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할 계획이다.

기술보호 유관기관의 효과적 업무추진체계를 구축한다. 기술유출 사건의 효율적 조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해외유출 범죄의 경우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기관이 적극적으로 유출경위 등을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올해 3월 시행 예정인 특허청 특사경의 영업비밀침해 단속권을 적극 활용하고 산업기술 해외유출에 대한 신고포상금도 현행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올려 내부 신고를 유인할 계획이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산업기술 보호는 기술개발과 동일하게 우리 산업의 경쟁력 유지에 핵심적 요소”라며 “이번 대책을 통해 산업기술 유출방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향후에도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기술보호를 위한 대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