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우양미술관 , 신미경 작가 '오래된 미래' 전시 <사진=이지혜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어떤 여행지는 여행자 개개인에 따른 미술 애호 여부와 상관없이 미술관이 중요한 콘텐츠가 된다. 이를테면 평소 국립현대미술관이나 한가람미술관을 찾지 않던 이들이라도 런던, 파리, 뉴욕에 여행을 가면 어김없이 미술관을 찾는다.

경주 보문단지 내에 위치한 우양미술관(옛 아트선재미술관)도 그런 곳이다. 힐튼 경주 호텔 부지 내에 자리한 이곳은 현대호텔 경주, 블루원리조트, 대명리조트, 코모도호텔 등을 찾은 방문객에게는 필수 코스로 꼽히고 있다.

이 우양미술관을 올해 상반기에 방문한다면 2가지 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 우양작가시리즈로 선보이는 ‘신미경- 오래된 미래’가 5월 19일까지, 백성혜, 장준석, 하광석, 하원 작가 4명이 선보이는 동시대 미술을 만나는 ‘인터스페이스’가 6월 9일까지 각각 진행된다.

경주 우양미술관 <사진=이지혜 기자>

겨울 한파로 쌀쌀한 요즘 같은 때에 우양미술관에 들어서면 실내 가득 상콤한 비누향이 관람객을 반긴다. 따뜻한 물로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온 이에게서 날 것 같은 그런 내음이다.

개방된 구조의 미술관 3층 전시실에 신미경 작가 비누조각품 230여점이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향에 이끌려 계단을 먼저 오르면 그리스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곳은 전시의 시작이 아니라 마지막이다.

전시의 시작 <사진=이지혜 기자>

관람 시작은 정작 벽면에 걸려 있는 각양각색의 액자다. 향이 나지 않았다면, 그 향이 비누를 연상케 하지 않았다면 관객 눈에는 영락없이 추상화로만 여겨지는 묘한 착각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신미경 작가 전시에서 중요한 매개물은 비누향이다. 작품에 가까이 갈수록 그것이 비누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액자 방을 지나 문을 통과하면 그리스 신전을 재현한 듯한 ‘폐허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흥미롭게도 비누벽돌로 축조된 이 건축 프로젝트가 가장 물성으로서 비누임을 강하게 드러낸다. 전시물 양 끝 모서리에는 전망대 형식 계단을 설치해 폐허 잔해를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놨는데, 비누 조각 앞에서 아테네나 이집트에 가 고대 신전을 보는 듯한 감흥을 떠올려야 하는 것이 묘한 기분을 자아낸다.

경주 우양미술관 , 신미경 작가 '오래된 미래' 를 관람한 후에 꼭 화장실에 가봐야 한다. 불상 비누로 손을 씻어보고 작품 혹은 유물 만들기에 참여해 볼 수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그런가하면 전시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재료가 비누임을 망각하게 만드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관람객마다 “진짜 비누야?”를 말하게 만드는 도자기에는 바니쉬 칠을 하여 특유의 광택이 시각적 혼란을 야기시킨다. 마찬가지로 불상과 그리스·로마 석상은 은칠 등을 한 후 야외에서 풍화를 거쳐 유물처럼 보이는 과정을 거쳤다.

이 작품들은 비누조각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향적 요소가 미술이라는 지극히 시각적 예술이 불러일으키는 착각에서 관객을 환기시켜주는 묘한 효과를 불러온다.

신미경 작가는 전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미술대학교를 가려면 그리스·로마 석상 데생을 끊임없이 하지만 막상 동양인인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다시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새로운 의미가 발생한다”며 “그것을 ‘번역(트랜스레이션)’이라고 부르고, 문화배경이 각기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에 흥미를 갖게 돼 불상, 도자기, 석상 등을 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마다 다른 색깔로 표현한 컬러링 큐브가 눈길을 끈다. 체험 무료 <사지=이지혜 기자>

전시 관람과 더불어 꼭 참여해야 할 활동으로 화장실 가보기가 있다. 비누는 평소에 손을 씻을 때 사용하는 물건이다. 화장실에서 본래 기능인 비누로 자리하는 불상 혹은 그리스·로마 석상 작품을 마모시키다보면 갖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또한 그런 과정을 거친 후 전시실에 놓여 있던 작품에 대해서도 새삼 여러 의미를 부여하게 마련이다.

신 작가는 “지금은 유물이 된 도자기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이었다. 본래 용도에서 시간이 더해져 유물이 됐고 박물관에 전시되며 또 다른 존재로 전이했다”며 “화장실에서 사용했던 비누나, 폐허가 된 건축물이 전시실 안으로 들어오면 작품이 된다”고 설명했다.

진짜 도자기 같다 . 경주 우양미술관 , 신미경 작가 '오래된 미래' 전시 <사진=이지혜 기자>

한편 1층에서 전시 중인 ‘인터스페이스’는 작품과 관람자 사이에 존재하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가능케 한다. 작가 4인 작품은 공통적으로 시선과 움직임을 연결하며 작품의 다면적 성격과 만날 것을 관람자에게 제안한다. 능동적인 선택과 해석에 따라 열린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

미술관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3~7세 2000원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고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우양미술관, 인터스페이스전 <사진=이지혜 기자>
경주 보문호수 주변 호텔과 리조트 <사진=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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