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부쩍 높아진 2019년을 앞두고 조선을 비롯한 석유화학, 해외건설 현장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중 고점을 경신하던 국제유가가 지난 10월 이후 두 달 만에 최저점으로 내려앉으면서 대규모 손실 발생이 불가피해진데다 새해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새해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보다 배럴당 1.61달러 내린 44.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월 3일 76.41달러를 기록한 이래 두 달 연속 내리막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54.47달러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50달러 선을 위협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유는 49.52달러다.
급격한 유가 하락은 세계적인 공급 증가와 정치적 불안정이 동시에 진행되는데서 기인한다. 지난해 허리케인으로 가동 중단한 미국 정유사가 시설복구를 완료한 동시에 셰일오일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 역시 국내 공급비율을 꾸준히 높여 자급률 100%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언론인 피살사건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감산을 추진해온 석유수출기구(OPEC)의 입김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도 주요 요인이다.
정유업계 역시 3년간 이어진 호황의 마지막 지점으로 받아들이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2~3개월 후 판매하기 때문에 구매했을 때보다 판매 시점의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급격한 유가 변동으로 당분간 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 “낮아진 유가가 제품 가격으로 충분히 반영돼야 안정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어적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응주 신항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새해 역시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가 하향 안정화할 예정”이라며 “석유수요 둔화와 휘발유 마진 악화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과 마찬가지로 비상이 걸린 곳은 해양플랜트라는 애물단지를 안고 있는 조선업계다. 낮아진 가격 탓에 원유 생산업체들이 유전 개발에 소극적이 되면 가까스로 살아나던 해양플랜트 수요가 또다시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저가 공세까지 겹친 올해 해양플랜트 부분은 유가 상승기에도 빛을 보지 못해 ‘수주 제로’ 상황에 가깝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원유 생산설비를 따낸 이후 4년간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다. 장기 프로젝트여서 현재도 제작 중이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일감이 부족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6월 모잠비크 코랄 가스전에 설치될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 마지막이다.
결과 조선 3사의 올해 목표액 대비 수주금액은 평균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수주가 79.6%로 양호했지만 해양부분은 1.2%에 그쳐 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을 폐쇄하기까지 이르렀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각 사가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과의 경쟁도 해볼 만한 분위기였다”면서도 “유가가 속절없이 무너져 발주조차 사라진 상황이어서 사기가 크게 저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해 해외건설 부문은 악성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해소되면서 수익성 개선 흐름을 보였다. 삼성엔지니어링·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 등 5대 건설사 3분기 누적 해외 손실금액은 약 1800억원 가량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고유가 기조가 이어진다면 수주 회복에 힘입어 침체된 국내부분을 해외건설이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 했으나 국제 유가는 기대와는 달랐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내수 측면에서는 유가 하락이 바람직하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른 급락은 산업 전체에 타격을 입히게 된다”며 “당분간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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