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원로 만화가 이정문 화백은 1965년에 ‘서기 2000년대의 생활 이모저모’를 공개한 바 있다. 이 그림에는 태양열을 활용해 가정에 전기롤 공급하고 전기자동차가 도로를 누빈다. 걷지 않아도 이동이 가능한 움직이는 도로가 있고 TV를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TV를 통해 상대방과 통화도 가능하다. 

로봇이 집안을 청소하고 의사와 화상통화를 통해 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종이신문을 보지 않아도 미디어로 뉴스를 접할 수 있고 수학여행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로 갈 수 있다. 2018년 현재의 생활상과 비교해본다면 많은 부분이 놀랍도록 현실로 이뤄져있다. 

강형철 감독의 영화 ‘써니’에는 1986년의 하춘화(강소라)와 임나미(심은경)가 통화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대화 속 미래의 생활상 역시 현재와 많이 들어맞았다. 심지어 진희(박진주)가 “물도 사서 마신다고 그러지”라며 핀잔을 준 장면까지 완벽하게 이뤄졌다.

스탠리 큐브릭의 1968년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는 화상통화와 태블릿PC를 묘사한 장면이 나온다. 게다가 인공지능(AI)의 개념조차 모호했을 시기에 영화는 자아를 인식한 AI와 대화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실 미래는 과거의 상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과학철학자 파울 파이어아벤트는 과학의 발전에 대한 모든 방법론적 접근을 거부하고 여기에 어떤 특성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Anything goes!”, 무엇이든 가능한 것이 과학의 발전이다.

1990년 영화 ‘백투더퓨처2’에 등장한 ‘자동으로 끈을 조여주는 운동화’를 2015년 한 스포츠웨어 회사가 실제로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래의 상당 부분은 과거의 상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양이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그 시기의 상상은, 과학이 발전하면서 실제로 구현하는 경지에 이른다.

2015년은 SF영화와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대단히 의미있는 한 해였다. 앞서 언급한 ‘백투더퓨쳐2’에서 마티(마이클 J.폭스)와 에머트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가 향한 미래는 2015년이다. 게다가 저패니메이션 팬들을 열광하게 한 작품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써드 임팩트’는 2015년 12월 31일에 일어났다.

'블레이드 러너'

과거 픽션에서 세상이 크게 뒤집어졌을 것이라 상상했던 시기는 대체로 2015년이었다. 물론 우리가 이미 관통한 2015년은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러웠다. 

SF팬들에게는 새해인 2019년도 아주 의미 있는 해다. 리들리 스콧의 SF 역작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이 되는 해가 2019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9년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과거가 상상한 미래와 다가온 미래는 얼마나 근접해있을까.

‘블레이드 러너’ 속 미래는 외계 행성을 식민지로 개척하고 부족한 노동력을 안드로이드가 대체하고 있다. 도시는 더 거대해졌고 그 속을 누비는 자동차는 하늘과 지상을 오간다. 산업화는 더욱 발전했지만 도시는 어둡고 음침하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됐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이것들은 대부분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영화가 만들어진 1982년 당시 상상에 불과하다. 다만 앞서 강조한대로 미래는 과거의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과거가 상상한 ‘오래된 미래’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우리는 공중에 뜨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나노 기술을 적용한 입는 로봇을 활용하는 시대를 언젠가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기계가 인류를 학살하고 미세먼지로 식량이 사라지는 시대를 맞이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며칠 뒤 우리에게 ‘현재’로 다가올 2019년은 36년 전 한 영화감독이 상상했던 머나먼 미래다. 그 미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은 일종의 ‘경고’와 같다. 다가올 현재가 어떤 모습일지는 오래된 미래를 통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곳에는 피해가야 할 길, 만들어 낼 아이디어가 여러 곳에서 숨쉬고 있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다. 그 미래가 암울한 상상을 닮지 않고 행복한 상상만 이뤄낼 수 있도록 더 멋지게 현재를 살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1년 뒤 맞이할 2020년은 1989년 KBS 애니메이션 ‘2020 우주의 원더키디’가 상상했던 미래다. 그 암울한 미래로 가지 마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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