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 장면. 문재인 정부하에 한수원 이사회의 원전 폐쇄 결정이 비공식적이고 긴급하게 이뤄지면서 이를 문제 삼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의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원전산업계 반발은 물론이고 전력수급을 고려해 다시 짓는 쪽으로 돌이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막대한 매몰비용과 두산중공업과의 손해배상 협의 등 해제 과정도 쉽지 않다.

27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범국민서명운동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정부의 탈원전 추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찬성’ 온라인 서명에는 이날 기준 11만800명이 동의했다.

범국민서명운동본부는 이달 13일 국회에서 발대식을 갖고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발족 2주 만에 건설재개 동의자 11만명을 확보한 것은 정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6기 중 4기인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의 사업종결을 의결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사업이 이미 많이 진행돼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하지만 정부는 불과 4개월 만에 공사를 취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한울 3·4 프로젝트매니저실을 정리하고 신규원전 사업정리실 기능을 명시했다.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이 높은 안정성과 우수한 성능을 갖춘 세계 최고 원전으로 인정받고 있는데도 정부와 한수원은 법적 근거와 국민의사를 무시하고 성급하게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전 업계 종사자는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통해 건설재개가 국민 뜻임을 알았음에도 이번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을 또다시 일방적으로 중지시켰다”고 비판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지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탈원전 정책으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여가는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늘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탈원전을 선언한 지 채 1년 반이 지나지 않아 전력수급 불안에 따른 전기료 인상 압박과 한전 적자 위기, 원전산업 붕괴로 비롯된 수출경쟁력 악화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 각종 이상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지 반대 진영에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면 이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신한울 3‧4호기는 60년만 운영해도 2030년까지 증설될 모든 태양광이 수명기간(20~30년) 동안 생산할 전기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며 “태양광 때문에 올라갈 전기요금을 신한울 3‧4가 잡아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신한울 3‧4호기에 공급할 기기와 부품을 만들고 준비하던 원자력 산업체 도산을 막고 인력과 기술을 지킬 수 있다”면서 “해외 평판과 수출 성사 가능성도 높이고 국내 건설 능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지화 계획이 흔들리는 이유는 또 있다. 막대한 매몰비용 때문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은 다른 원전과 달리 정부 계획에 따라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중지됐다. 부지 조성은 물론 종합설계용역을 마치고 지난해 발전사업허가를 받았고 원자로와 같은 고가의 기기 제작이 착수된 상태다. 현재 매몰비용만 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수원이 주기기 납품업체인 두산중공업과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두산건설은 주기기 기술 개발과 함께 인력 교육 등 상당한 예산을 들여 사업 영역을 키워왔다. 하지만 정부가 돌연 공사 취소결정을 내리면서 두산중공업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한수원 측에 사전 제작한 주기기 비용 4950억원을 청구했다. 한수원은 3000억원 초반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입장 차가 커 사실상 조율이 정체된 상황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두산중공업과 제작비용 입장이 달라 합의에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주기기 제작비용을 한수원이 추정하는 금액보다 약 2000억원 높게 추정하고 있어 매몰비용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한국의 탈원전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건설 중이던 원전을 중단하고 경제성이 담보된 계속운전도 불허하는 것은 과격하고 무모한 탈원전”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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