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보다 LNG 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가 더 위협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알제리 라스지넷에 있는 대우건설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현장.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최근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발전원 가운데 석탄을 줄이고 청정연료인 가스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석탄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서 내뿜는 미세먼지가 더 위협적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환경‧에너지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국내 발전소 현황을 고려할 때 LNG발전소의 초미세먼지(PM2.5·지름 2.5㎛ 이하) 배출량이 석탄발전소보다 조금 많거나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체인 LNG와 고체인 무연탄은 연료 측정 단위가 각각 ㎥, 톤(t)으로 다르다. 두 연료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비교‧측정하려면 하나의 단위로 환원해야 하는데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명시하고 있는 대기오염물질배출계수가 사용된다. 이에 따르면 무연탄 1kg 사용량과 LNG 1.238㎥ 사용량을 동등하게 규정한다.

여소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은 “배출계수를 대입하면 무연탄 1000kg 사용에 초미세먼지 10.140kg가 배출되고 LNG 1238㎥ 사용에 초미세먼지 0.0445kg가 배출된다”면서 “무연탄이 LNG보다 약 227배 더 많은 초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발전기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의 양은 이와 다르다. 석탄발전이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거의 모든 석탄발전소에 여과 집진시설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석탄발전소에 설치된 여과 집진시설은 발전소마다 효율이 다르지만 최소 99.5%, 성능이 좋은 곳은 99.9%까지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집진시설을 통과하면 무연탄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10.14kg에서 최소 0.0507kg으로 감소하고, 성능이 좋은 곳은 0.01kg으로 줄어든다.

반면에 LNG발전소는 사정이 다르다. 강대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공학 연구과 연구원은 “LNG는 청정연료라는 인식이 강해 최근 새로 짓는 발전소 몇 군데를 제외하면 여과 집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종합해볼 때 실질적으로 국내에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는 LNG(0.0445kg)가 석탄발전소(0.01~0.0507kg)보다 약간 적거나 많은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LNG발전기에 집진설비를 설치하더라도 미세먼지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집진설비를 갖춘 최신 LNG발전소도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석탄화력발전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정확히 비교하려면 LNG와 석탄 모두 집진설비를 갖춘 최신 발전소끼리 비교해야 한다”면서 “신규 석탄발전소인 영흥3호기와 신규LNG발전소인 안동LNG 복합발전소의 PM2.5 배출량을 비교‧분석한 결과 석탄이 LNG 보다 3배가량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LNG가 석탄화력 보다 더 위협적인 이유는 수요자와 배출원간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데 있다. 석탄발전소가 강원·충남·충북·전남·전북 등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과 산간에 분포한데 반해 LNG발전소는 수요자가 몰려있는 도시에 밀집돼 있다.

실제로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발전설비 분포를 분석한 결과 국내 가스발전소(복합‧열병합 등) 238곳 가운데 서울시 4곳, 경기도 89곳, 인천시 64곳, 부산시 14곳, 울산시 14곳 등 무려 185곳(77%)이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용훈 교수는 “석탄발전은 일찍이 대기오염 주범으로 지목당하면서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으로 흩어졌다”면서 “반면 LNG는 청정연료라는 인식과 함께 전기를 얻기 위해 발전도 하고 난방을 위해 열병합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미세먼지는 배출량도 중요하지만 배출원과의 거리도 아주 중요하다”면서 “대도시에 마구잡이식으로 지은 LNG발전소가 멀리 떨어진 석탄화력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초미세먼지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득세하면서 LNG발전소의 안일한 운영 실태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환경‧건강 분야 학술지인 린셋카운트다운(The Lancel Countdown)에 따르면 세계에서 100만명당 2만명꼴로 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재난”이라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용훈 교수는 “초미세먼지 10㎍/㎥을 1년간 호흡하는 것은 방사능 140mSv으로 1년간 피폭하는 것과 같다”면서 “이는 후쿠시마 작업자가 19개월간 피폭한 양의 12배 높은 수치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에 사는 것 자체로 후쿠시마사고 초기 작업자로 투입된 작업자 중 상위피폭자 0.7%보다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한국은 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100만명당 400명가량이 조기사망하고 2060년에는 사망자가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세먼지가 치매와 심장병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중 가장 작은 PM1.0 이하, 소위 나노파티클이라고 불리는 200나노 크기 먼지가 LNG를 발전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면서 “이것이 코로 들어가 핏줄을 타고 뇌로 올라가면 치매와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구강암 발병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가디언지 등에 따르면 대만 아시아대·중산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나쁨 상황에서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43%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총 1617건의 구강암 사례를 통해 PM2.5 농도 40.37㎍/㎥ 수준 대기오염에 노출된 남성은 26.74㎍/㎥에 노출된 사람보다 구강암 진단률이 43%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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