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파주시 임진각에서 한 방문객이 남북한 철도 연결 표지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내주 막을 올릴 예정이지만, 수주 없는 착공이 될 전망이다.

23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준비를 위한 선발대를 북측에 파견했다.

북측과 세부 일정 협의 등 실무 준비를 함께하기 위해 출발한 이번 선발대는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및 관계자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남북은 '협력의 상징'인 철도·도로 착공식을 오는 26일 북측 지역에 있는 개성 판문역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지난 21일 2차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착공식을 위해 북측으로 반입되는 물자에 대한 제재 예외 방침이 세워진 뒤 한국 정부는 "올해 안 착공식 개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정부 관계자를 제외한 국내측 참석자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며, 기업측은 정부로부터 초청이 올 경우 참석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번 공사 착공과 관련한 수주 계약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공사를 독점해오던 철도시설공단도 마찬가지다. 공사 한 관계자는 "월요일(24일)께 국토부로부터 구체적 일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기업으로서 첫삽을 뜨는 상징성 있는 행사에 참가한다는 것이지 수주를 받고 본격적인 공사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재계 및 경제단체에서도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까지 초청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제안이 오더라도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행사 참석을 검토할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요청이 오면 회원사들과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대부분의 회원사가 제조업체라 철도 관련 공사에 참석하겠다는 회사가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7월부터 전경련 남북경제교류특위를 구성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참석 가능성은 점쳐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 모든 업종을 아우르던 전경련이었지만 4대그룹이 탈퇴 이후 업계 단위로 움직이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정 회장이 남북경협 실행방안까지 마련한 만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 평약 방북 당시 오퍼조차 없었다는 것은 변수"라고 덧붙였다.

대한건설협회나 대한상공회의소 측도 같은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정부로부터 공식 초청은 아직 없다"며 "청와대가 회원사 오너를 직접적으로 컨택한다면 단체차원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업측이 이처럼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현재 착공식을 위한 물자 반입은 한정적으로 허용됐지만, UN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제재가 살아 있어 자칫 오해를 받을까 하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건설공사는 입찰단계, 계약단계, 착공단계, 시공단계, 준공단계를 순으로 진행된다"며 "착공부터 시작되는 공사에 참석할 경우 이미 수주를 받았다는 오해를 살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 11월 미국 대사관이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정부가 추진해온 사업과 관련, 기업들에게 유의사항을 전달한 상황이어서 자칫 행사 참석으로 긁어 부스럼 만들어 뭐하냐는 얘기도 나온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20~21일 국내 7개 은행에도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지 말라는 등 대북제재 준수를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착공식에 남북 인사 통틀어 약 200여명이 참석해 서울에서 가지지 못한 네번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북측에서 착공식이 열릴 예정인 만큼 방북을 계획해온 문 대통령의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정렬 국토부 제2차관은 이번 착공식 계획 발표에 앞서 "남북 관계를 공고히 한다는 의미에서 남북 대표가 다 참석하는 거다. 김 위원장 참석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